| ㆍ작성자 |
노명국(영동지역 노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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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0-10-07 (목) 1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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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들에 박수치는 행사는 그만!
몇 년 전부터 행사장을 오가며 절실히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다. 가끔은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기도 하다. 이유는 행사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참석한 군수나 군의원 등 기관단체장에게 일일이 박수를 쳐야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관행이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관에서 하는 행사든 사회단체에서 여는 행사든 똑같은 일들이 벌어져 행사가 5분이나 10분정도는 박수치느라 늦게 시작된다.
내 나이 이제 70하고도 몇 년을 넘겼다. 요즘같이 평균 수명이 길어진 세상에 뭐 그리 늙은 나이도 아니란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삐걱거리는 몸을 추스르고 다니니 영락없는 노인임에는 틀림없다. 한창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동네 이장이 전하는 얘기를 통해 ‘영동이 대강 그렇게 돌아가는구나’ 하고 짐작만 할 뿐.
이제는 보건소에서 운동을 하라는 말을 자주 듣다보니 자연히 경로당도 나가고 노인회에 얼굴을 들이밀며 ‘무슨 약이 잘 듣네, 어느 병원이 용하네’ 하는 정보에 귀를 귀울이고 다닌다. 그리고 어디서 공짜 점심을 준다든가, 어느 행사에 가면 수건을 나눠 줄거라는 얘기를 들으면 꼬박꼬박 참석한다. 체면보다는 실리에 마음이 쏠리는 노인이 되어 자주 행사장을 찾다보니 이런 어이없는 꼴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서울 같은 곳에서 손님이 내려와 소개를 한다면 이해할 수 있고, 고마워서 박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좁은 바닥에서 똑같은 사람에게 가는 곳마다 박수를 쳐주고 앉아있어야 하니 참 나이 먹은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박수를 쳐줘야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선거가 있기 전까지 자신을 찍어달라고 고개가 90도가 되도록 절을 하고 다니거나, 농민들이 일하는 밭에 까지 와서 무릎꿇고 큰절을 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이제 감투를 썼다고 가는 곳마다, 행사장마다 박수를 치게 만드는가. 선거 전에 인사하고 다닌 거 억울해서 어깨에 힘주겠다는 말이라면 할 말이 없다.
지난 7일에는 '노인의 날' 행사가 있었다. 적어도 그들보다는 한참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날인데도 우리는 어김없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박수를 쳐댔다. 그렇게 행사를 진행하는 공무원이나 일반 단체 회원들도 문제가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노인들도 이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노인대접을 받자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가, 자칭 머슴이요, 군민의 대변인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늘 인사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어떻게 군민의 공복이라 말할 수 있는가. 표가 될때만 어른 이고, 당선되면 모든 주민이 하인이 되는건가? 이 좁은 바닥에서 그 똑같은 사람들에게 가는 곳마다 박수를 치게 만드는 이 행사관행은 언제쯤 고쳐질 수 있는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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