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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제 밤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친정 어머니의 글씨입니다. 이러저런 일로 마음이 편치 못해서 그랬는지, 어젯밤 조금 울었습니다. 서울 살 때 아파트 입주 일자 때문에 친정 어머니 댁에서 일년 정도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기도하시듯 관세음보살을 쓰신 종이는 제가 다녔던 직장의 메모지입니다. 원고지처럼 칸이 그어진 메모지였는데,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서 "괜찮으면 그종이 좀 갖다줘라" 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 종이에 관세음보살을 쓰시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당시 큰 오라버니가 위암으로 몹시 힘들어하실 때였습니다. 1차 수술 뒤 좋아져서 다시 직장에도 나가고 운동도 하시더니, 1년 조금 넘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셨지요. 몸이 좋던 큰 오라버니가 피골은 상접하고, 머리는 빠진 채, "재미 없어" 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머니도 심장병이 있어 오빠의 발병 사실을 숨겼습니다만, 오라버니의 장기입원으로 더 이상은 감출 수 없어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 어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꼭 살아날 거야" 그러셨습니다. 어머니의 관세음보살 사경은 그러니까 그 때쯤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즐겨 읽으시던 천지팔양신주경 사이에 두툼한 메모패드가 끼어있었습니다. 금강경 사경본에는 마치 오라버니가 쓰신 것처럼, 사경한 사람의 이름과 주소난에 오라버니의 이름과 주소가쓰여져 있었습니다. 무상계를 다 끝내지 못하신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가시기 얼마 전에 쓰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그예 먼저 세상을 떠난 오라버니의 49제가 되기 전에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머니의 힘으로 제가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 같습니다. -----------------------------------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고정희 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땅의 사람들 8> ⓒ 2003 앙성댁 클릭!! 상세기사보기 세상에서 가장 큰고향 이고향 http://www.egohyang.com 관리자님 죄송합니다 성격에 맞지않는 글이면 삭제 하셔도 무관합니다. -.- _._ -.- 비밀번호는 12345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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