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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자(주부. 영동읍)
작성일 2017-09-25 (월) 11:47
여자 노인과 할머니

생활수필 보냅니다.



일전에 추석 장을 보러 시내에 나갔다.
시골 아줌마들이 이고 나온 고사리가 있나 둘러보는데, 몇 바퀴 둘러보니 한쪽 구석에 국산고사리 말린 거라면서 여러 묶음을 놓고 파는 곳이 있었다. 반가움에 값을 물으니 이거 원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몇 번을 만지작거리며 값을 흥정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쪽 구석에 다시 고사리 파는 곳이 눈에 띄었다. 그쪽 가격을 물어보려 일어나니 갑자기 고사리 파는 아줌마가 빈정 상한 듯 “거긴 밭 고사리라 못 묵어~, 산고사리하고 맛이 같은가” 한다. ‘밭 고사리는 또 뭔가?’ 궁금함에 발걸음을 옮겨 가격을 물으니 이쪽 가격의 절반이다. “밭 고사리도 괜찮아요. 삶으면 연하고 먹는 건 별 차이 없어요” 한다. 쉽게 말해 양식고사리인 것이다. 어떻게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산고사리 파는 아줌마가 다시 부른다. “반만 사~ 할머니가 좋은 걸 상에 올려야지!”.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할머니?”. 잠깐 멍한 듯 서 있다가 나는 밭고사리를 사들었다. 순전히 할머니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맞지 않은가. 환갑 진갑 다 지났는데 할머니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럼에도 장바닥에서 할머니라고 불린 그 한마디에 쇼크를 받은 것이다. 손자들이 있으니 분명 할머니가 맞는데도 말이다. 60대 중반의 나이. 참 어중간한 나이다. 옛날 같으면 살만큼 산 나이인데도 요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할머니가 된 건 아는데, 남에게 할머니라 불리는데는 여자들이 경기를 일으킨다. 자신은 언제까지 아줌마로만 불리길 바라는 것일까. 가끔씩 사회적으로 65세 이상은 어르신으로 구분 될 때도 있어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몸은 이미 고령노인을 향해 가고 있는데 마음만 40.50대를 붙들고 있다. 그럼 뭐라고 불려야 하나. 할머니는 싫고, 아줌마로 불리기는 좀 나이가 들어보이고. ‘여자 노인?’. 할머니와 여자 노인은 뭐가 다른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날이었다.
80대 스승님은 만날 때마다 말씀하신다. 60대 중반은 참 좋은 나이라고. 그 말은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란다. 배움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 그 말에 큰 희망이 느껴진다. 그래, 할머니든 여자 노인이든 무슨 상관인가. 뭔가 시작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면 청춘과 다름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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