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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 갔다 집에 와보니 마루 밑에서 강아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를 보니 라면 상자에 누런색 강아지가 있었다. 나는 입이 헤벌어져 얼른 밭일하는 엄마에게 뛰어가 물었다. 아빠 친구네 개가 새끼를 낳아 한 마리를 얻어왔다는 것이다. 나는 강아지 이름을 ‘메리’라 지었고, 식구들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막내처럼 사랑을 듬뿍 주었다. 나는 수업 끝나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메리의 안부를 살피고 밥을 챙겨 주었다. 그리고는 메리와 온 동네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 메리는 시간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던 어느 장마철 온 식구가 자는데 밤에는 잘 짖지 않던 메리가 큰 소리로 계속 짖었다. 어머니는 고양이나 쥐를 보고 그러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도통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온몸이 무거웠단다. 연탄가스 중독을 직감한 어머니는 온 가족을 힘껏 흔들어 깨웠다. 메리 덕분에 모두 목숨을 건진 것이다. 우리 가족의 메리 사랑은 두말할 나위 없이 더 커졌다. 얼마 뒤, 우리는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멀리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됐다. 이사하는 집에서는 메리처럼 큰 개를 키울 수 없어 메리를 친척 집에 보내야만 했다. 메리와 헤어지던 날 우리 형제들은 통곡했다. 메리도 이별을 직감했는지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렇게 헤어지고 일 년 뒤 비보를 접했다. 메리가 시골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친척의 말로는 메리가 차 소리만 나면 도로로 뒤쳐나갔다고 한니 아마 우리 가족을 무척 그리워했던 모양이다. 친척은 메리를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었다고 했다. 새삼 추억 속의 ‘메리’가 떠오른 것은 아파트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뒤였다. 산책을 나갔던 아내와 딸이 잠깐 한눈파는 사이 강아지는 사라졌고, 7살 딸애는 몇 날 몇일을 울어대느라 가족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 역시 그 옛날 메리와 헤어졌을 때 슬픔이 되살아나 마음이 아팠지만 아내와 딸애는 비슷하게 생긴 ‘말티즈’ 한 마리를 새로 사온 뒤에도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옛날엔 3대가 함께 사는 집에서 마당에 개와 닭 등 동물도 함께 살았고, 거기서 아이들은 자연히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을 피부로 느끼며 살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선 허전한 마음을 애완동물에게 쏟으며 사는 가구가 많아졌다. 특히 요즘은 유난히 애완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 특히 애완동물을 통해 처음으로 ‘죽음’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성장의 기회가 된다면 좋은데, 그렇게 상처가 깊어질까도 걱정된다. 그 옛날 ‘메리’가 연탄중독으로 누운 주인집을 향해 마구 짖어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같은 추억이나, 메리와 헤어졌을 때의 그 미어지던 슬픔은 분명 우리세대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때론 아래위집의 분란거리가 되기도 하고, 말티즈에게 정을 쏟느라 애착과 땡깡이 늘어난 딸애를 보며 요즘시대의 애완동물 키우기는 과연 어느 선이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깊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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