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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문화센터에서 ‘기타 강습’을 한다는 전단을 보았다. 문득 가슴이 뛰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그러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 나이에 악기를 배운다는 게 가능할까, 젊은이들 틈에서 민폐라도 끼치는 것은 아닐까…’. 커다란 악기를 들쳐 메고 가면 주위에서 주책이라고 하지 않을까도 걱정됐다. 그동안 점잖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퇴직하더니 날라리가 됐다는 소리가 나오면 어쩌나. 그리고 아직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기타는 무슨 기타람. ‘에이 관두자’ 하고 포기하려는데 갑자기 가슴한쪽이 아려왔다. 중학 시절 동네 형이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그토록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하루 살기도 버거운 어머니께 기타를 사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언젠가 나도 저 형처럼 기타를 쳐봐야지’ 하는 생각만 하다 어느새 예순을 넘겼다. 가난한 집 장남으로 학창시설엔 학비를 벌기 위해 늘 허덕였다. 결혼해서도 동생과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나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60년 세월이 갔다. 퇴직했다고 집에 있기엔 아직은 젊고, 노후대책도 미비해서 뭔가 일자리를 더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시간제든 야간일이든 닥치는 대로 할 각오였는데, 난데없이 악기에 꽂혀버린 것이다. 강습 신청 마감이 다가올수록 마음만 초조해졌다. TV를 켜놓은 채 방안을 맴돌고 있는 나를 아내가 의아한 듯이 쳐다봤다. 나는 겨우 용기를 내 “저…, 기타를 한번 배워보고 싶어”하고 말을 꺼냈다. 아내는 순간 크게 한번 웃더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가서 등록해요!”하며 쿨하게 등을 떠밀었다. 단숨에 문화센터를 찾아가 강습 신청을 하고 기타를 잡았다. 서툰 솜씨로 기타 줄을 튕겼지만 그 어느 뮤지션도 부럽지 않았다. 수십 년 압축됐던 욕망이 한꺼번에 분출돼 기타 줄이 끊어질 지경이다. 요즘은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고 새롭다. 어서 열심히 배워 내게 용기를 준 아내에게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 감미로운 사랑노래 ‘러브미텐더’를 멋진 기타반주로 들려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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