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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뭔가를 하나씩 들고 뛰었습니다. 흰옷을 입은 네댓 명이 빗자루와 긴 막대기를 들고 허둥대는 건 나방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는 양손을 들어 그들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동작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창문을 하나씩 열었습니다. 천장에 붙었던 나방이 여기저기에 착지하더니 창문 바깥으로 날아갔습니다. 사람들이 굉장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습니다.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나방을 잡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는 걸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라고 했습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없어 보여서였습니다. 실은 ‘나이가 많으면 쓸데없는 것까지 알게 된다.‘라는 식의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곳은 포르투갈 말을 쓰는 브라질의 올린다였으니 그쯤에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사실 나이 드는 게 괜찮을 때도 있더라고요. 묵직해져서 덜 흔들리고 덜 뒤돌아보고.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글입니다. 나이 들어 각자 혼자되어 만난 어느 연인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조금씩 좋아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처음으로 남자 집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낯선 곳에서 잔 여자는 아침 신문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깬 뒤 다시 잠들 수 없었습니다. 살며시 일어나 거실에서 신문을 보기 시작하는데, 신문 넘기는 소리에 남자가 깰까 봐 분무기를 가져다 신문 위에 뿌립니다. 얼마 뒤 일어난 남자가 신문을 물을 뿌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여자를 사랑스럽게 보고 붇습니다. “당신, 그런 걸 어디에서 배웠소” “나이 먹다 보니 그냥 알게 되었어요.” 알게 되는 것도, 알아 가는 것도 나이가 하는 일, 맞습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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