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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길모퉁이에서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에게서 장을 본다.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 않는 할머니에게서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가난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복없는 사람은 살만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엄마는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이제 살만하다 싶을 때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보니 이미 병원 영안실에 누워 계셨다. 장례 준비를 위해 집에 갔다가 엄마가 낮에 드셨던 밥상이 있어 상보를 들춰보니 된장찌개가 조금 남은 뚝배기에 김치와 풋고추가 전부였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너무나 초라해보여 나는 그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언제까지 밥상을 붙들고 통곡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느리가 해다준 밑반찬들이 잔뜩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 반찬들을 아끼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귀찮아서 꺼내지 않았는지 그냥 된장찌개와 김치만으로 끼니를 때우신 모양이다. 평생 아끼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엄마는 맛있는 건 자식과 손자들 주고 당신은 평생 아무거나 되는대로 먹으며 돈을 모으셨다. 삼남매만 남은 채 일찌기 혼자가 된 엄마는 무거운 함지를 머리에 이고 장사를 다니면서 모은 돈을 가까운 친척에게 빌려주었다가 떼인 뒤 그 화를 삭이느라 심장병에 걸리셨다. 조금만 놀라도 가슴이 벌렁거려 약을 먹는 엄마를 걱정이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입버릇처럼 괜찮다고만 하셨다. 그보다 더 놀라고 어려웠던 일도 많이 겪었노라고 하면서. 그리곤 뭐든지 그저 “나는 괜찮으니까 너희만 잘 살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렇게 평생 자식들만을 위해 살다 호강한번 못해보고, 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긴 채 홀연히 떠나신 것이다. 나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어느 날 문득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요즘은 먹는 것이 풍부한 세상이지만 때론 귀찮아서 풋고추 두개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고, 어떤 경우는 정말 바빠서 식사를 거를 때도 있다. 그리고 엄마처럼 모진 고생은 하지 않지만 옛날과 달리 아이들에게 드는 교육비가 많아 엄마처럼 절약하지 않으면 남들처럼 공부를 시킬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엄마의 희생은 무늬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아내의 시중을 많이 기대하는 남편과 엄마의 극성과 열의가 아이들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태에서 나는 혹여 내 아이가 딴 집 아이들보다 뒤처질세라 열심히 뛰어다니며 아이들 걱정을 하고 부업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앉은 내 밥상을 보니 영락없이 조금 남은 된장찌개에 김치가 전부인 것을 발견했다. ‘아 이것이 바로 엄마의 밥상인 거구나….’ 순간 뒷통수를 치며 지나가는 깨달음 하나가 오랫동안 내마음을 울렸다. ‘전생에 빚진자가 부모된 자라더니 우리 엄마가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았듯 나역시도 어느새 자식에겐 모든 것을 다 주며 부모에게 진 빚을 자식에게 갚아가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결코 그렇게 자식에게 희생만 해선 안된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자식이 편치않으면 부귀영화가 곁에 있다해도 결코 편할 수 없는 것이 엄마라고 생각하니 새삼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기만 하고 떠나신 엄마가 가슴에 사무쳤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살아계실 때 좀더 자주 찾아 뵙고, 함께 외식도 좀 해드리고, 좀 더 많은 즐거운 대화를 나눠드릴 걸…. 그래서 언제나 불효자는 울게 되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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