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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 나와 겨우 이렇게 외국인 뒤치닥꺼리나 하는 것 정말 싫어요." 나는 깜짝놀라 되물었다. "그럼 넌 왜 이 일을 하고 있니?" "영어연습이나 하는 거예요. 집에서 노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일이 재미있기는 하니?" "재미요? 챙피하고 부끄러울 때가 훨씬 많아요.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지만?" "돈이 잘 벌리잖아요. 이 다음에 직장구할 때 이력서에 쓰기도 좋고." 북경인민대학교 외국어 학부에서 영어를 전공했다는 가이드의 말이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무슨 일을 잘할까 해서다. 지난 주 중국인 친구와 같은 반 학생들과 함께 내몽고로 여행을 갔다. 늘 하던 오지여행이 아니라 이번에는 안내자까지 딸린 편안한 여행이었다. 단체여행의 재미는 가이드에 달렸다는데 귀엽고도 똘똘해보이는 아가씨를 만나 일단 안심이 되었다. 남학생들은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나에게 한편 내심을 털어놓듯, 한편 자기는 여느 가이드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듯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아가씨, 여행내내 제대로 하는 일이 없었다. 기차표 살 때부터 실수를 하더니 초원과 사막으로 가는 교통편 예약도 엉망이고 말타기 등 다른 활동준비 역시 성의도,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수습할 의향도 없었다. 유적지 등 설명이 꼭 필요한 곳에 가서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때우려고 했다. 그러고는 말끝마다 "뙤부치, 쩐 뙤부치(미안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가이드도 이런 일을 하면서 창피하고 자존심 상할 때가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안내해야할 여행자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고, '그런 하잖은 일'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자기와 수준이 맞지 않는 다른 가이드들에게 도움을 구하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기 고객에게는 늘 미안한 일만 생길 수밖에. 그러니 그 귀엽고 똘똘한 얼굴이 밉게만 보일 수밖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조금은 얄밉고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물었다. "왕링, 앞으로 계속 이 일을 계속 할거니?" "내가 원래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니잖아요. 하루 빨리 무역회사에 취직해야지요."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늘' 그렇게 쉬운 가이드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내일' 중요한 무역회사 통역 일을 할 것인가.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는 것임이 분명한데 불만스러운 오늘이 어떻게 만족한 내일을 만들 수 있겠는가. 어쩌면 '확실한' 오늘을 무시한 채 '지나간' 어제나 '불확실한' 내일을 그리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나약한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은 빨리 간섭받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중고등학생들은 하루 빨리 시험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생이 되었으면, 대학생들은 빨리 졸업하고 취직을 했으면, 한창 바쁘게 일할 때는 빨리 정년퇴직을 해 한가롭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항상 한 발짝 앞을 갈망한다. '오늘'을 즐기지 못하고 '내일'만 생각하며 사는 거다. 반대로 '어제' 를 부러워만하면서 사는 사람도 많다. 40대는 30대에게, 30대는 20대에게 말한다. "참 좋은 나이라고." 그러고 나서는 반드시 나이 타령이 이어진다. "내가 5년만 젊었어도." 이 모두가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핑계이자 자기기만이다. 마치 무슨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기회가 없는 것이,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순전히 나이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지금 이 나이란 어떤 나이인가. '어제' 우리가 그렇게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던 날이다. 우리가 가진 것은 오늘뿐이다. 지금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을 고마워하자.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자.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 한비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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