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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5주년을 맞은 다섯 쌍의 부부가 함께 은혼식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웬수니 악수니’ 하며 살아도 남녀가 한집에서 2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부부였다. 그러나 신혼같은 기분으로 올랐던 유람선은 그만 항해 도중 거센 폭풍우를 만나 항로를 잃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 바다는 다시 잠잠해지고, 배는 아름다운 포구가 있는 어느 섬 곁에 닿아 있었다. 배에서 바라보는 그 섬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고, 새들이 다정하게 지저귀고 맛있는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낙원처럼 보였다. 다섯 쌍의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의견이 분분했다. 먼저 첫째 부부는, 자기들이 섬에 올라가 있는 동안에 순풍이 불어 배가 떠나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리 섬이 아름다울지라도 빨리 목적지로 가고 싶다며 아예 상륙조차 하지 않고 배에 남아 있었다. 둘째 부부는 서둘러 섬으로 올라가 향기로운 꽃 냄새를 맡고 녹음 짙은 나무 그늘 밑에서 맛이 기막힌 열매를 따먹고 원기를 되찾자마자 곧 배로 돌아왔다. 셋째 부부도 섬에 올라갔다. 그러나 섬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체하여 배가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돌아오느라 소지품을 잃었다. 넷째 부부는 순풍이 불어 선원들이 닻을 걷어 올리는 것을 보았지만 돛을 달려면 아직 시간이 있고, 선장이 자기들을 남겨두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냥 섬에 있었다. 그러다가 막상 배가 포구를 떠나가자 허둥지둥 헤엄을 쳐 가까스로 배에 올랐다. 그래서 바위나 뱃전에 부딪친 상처는 항해가 끝날 때까지도 아물지 않았다. 다섯째 부부는 신나게 먹고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되어 배가 출항을 알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섬에 고립된 그들은 독이 있는 열매를 따먹고 병이 들었지만 병보다 고독이란 치유하기 어려운 병으로 오래도록 고생하며 살았다. 삶은 힘든 과정이며,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인내를 거쳐야 한다. 이 부부의 이야기에서 ‘배’는 인생의 선행을 상징하고, 섬은 쾌락을 상징하고 있다. 첫째 부부는 인생에서 쾌락을 전적으로 외면했다. 둘째 부부는 쾌락을 조금 맛보았지만, 배를 타고 목적지에 닿아야 한다는 의무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이 두 부부가 그런데로 성공하고 현명하게 살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셋째 부부는 쾌락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돌아오기는 했지만 역시 고생을 했고, 넷째 부부는 결국 선행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것이 너무 늦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이 빠지기 쉬운 것은 다섯째 부부이다. 일생 동안 허영을 위해서 살고, 장래의 일을 망각하거나 달콤한 과일 속에는 독이 들어 있다는 진리를 잊고 그것을 따먹고는 고생하는 것이다. 대부분 인간의 자화상이기도 한데 당신은 어떤 부부의 무리에 속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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