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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은 6학년 학생들의 엄마와 함께 달리기입니다. 선수들은 어머니와 함께 출발선에 서 주시고 출발 후에는 저 앞 반환점에 놓인 쪽지에 적힌 지시대로 해주세요." 높은 가을 하늘아래 형형색색의 오색풍선과 화려한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 위로 선생님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줄의 아이들이 출발 총소리와 함께 달려나갔다. 나는 발끝을 출발선에 맞추고 심호흡을 한 다음 손을 꼭 잡은 채 약하게 떨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붉게 상기된 엄마얼굴이 잘 익은 홍시 같았다. "타앙!∼" 나는 엄마 손을 잡아끌며 힘껏 앞으로 내달렸다.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반환점까지는 일등이다 싶었다. 나는 야구선수가 멋지게 도루를 하는 모습으로 미끄러지며 한 손으로 운동장 바닥에 있는 쪽지를 펴들었다. '엄마가 학생업고 달리기' 순간 쪽지를 본 엄마가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재빨리 엄마 앞에 등을 돌리며 앉았다. "내가 엄마 업을께 빨리!" "호, 호준아…" "엄마, 빨리!" 엄마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내 등에 몸을 기댔다. 나는 두 손으로 힘껏 엄마를 추스려 업은 다음 앞으로 내달렸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각자의 쪽지에 따라 자기엄마의 손을 잡고 뒤로 달리는 아이, 객석에서 앉아있던 할머니 손을 이끄는 아이, 미처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하고 있는 아이들을 제치고 나는 맨 앞으로 달려 나갔다. 누군가 관중석에서 "엄마가 곱춘가봐"하며 말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앞이 흐려져 왔다. 골연화증으로 등뼈가 조금 휜 우리 엄마…. 그 엄마의 모습이 챙피해서 한 때는 내가 엄마없는 고아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창피하니까 학교근처엔 오지도 말라고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시도 때도 없이 마구 화를 내자 보다 못한 이웃집 아줌마가 조용히 날 불렀다. 그리곤 동네에 버려진 나를 고아원에 보내지 않고 키운 사람이 바로 지금의 엄마라고 일러주었을 때, 어린 가슴은 차라리 죽고싶다는 심정을 너무나 절감해버린 순간이었다. 남들에게 전염되는 것도 아닌데, 남들에게 보기가 좀 흉하다는 이유하나로 묵묵히 나만 보고 살아온 엄마. 내가 창피라도 당할까봐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바느질감을 만지며 나를 기다리는 게 유일한 낙인 엄마. 그런 엄마를 온 동네사람이 다 모인 학교운동회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엄마는 죽기살기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순간 나를 키워준 엄마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픈 생각에 나는 뿌리치는 엄마손을 잡고 보무도 당당하게 학교문을 들어섰던 것이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그 무언가를 닦아내고 나니 눈앞에 선생님이 와 계셨다. 나는 가뿐 숨을 고르며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의 눈가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선생님, 우리 엄마에요!" 엄마는 어쩔 줄을 모른 채 내 등에서 내려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날 우리는 1등을 했고 그 어느 팀보다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내 인생이 다시 태어나던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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