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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친구찾기 동창모임이 있다는 말에 나는 어릴 적 아스라이 잊혀진 '영아'를 떠올렸다. 첫사랑을 만나는 설렘에서가 아니라 어릴 적 친구에게 짖궂게한 것이 못내 부끄러운 생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서울에서 '영아’가 전학을 왔다. 한 반에 스무 명 남짓한 작은 시골학교로 전학 온 그애는 분홍색 원피스를 겹쳐입은 처음 보기엔 공주같은 아이였다. 그러나 그 애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심한 말더듬이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곧잘 영아의 흉내를 냈고 서울에 대한 환상도 모두 깨어졌다. 그런 영아가 바로 내 짝이 되었다. 선생님은 방과 후 영아에게 구구셈과 읽기를 함께 공부하라고 하셨다. 놀기도 바쁜데 바보같은 애 때문에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싫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어길 수가 없어 나는 마치 내가 교사라도 된 것처럼 책을 읽게하고 구구셈을 외우게 하고 못하면 욕하고 때리기도 했다. 처음엔 억지로 한 일이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나는 그 애가 작은 친절에도 눈물나게 고마워하고 이름모를 풀꽃의 아름다움에 오래도록 취해있는 것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 영아를 나는 '서울바보'라고 놀렸지만 그 애는 가을운동회가 있기 전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갔다. 친구찾기 사이트에서 영아가 내게 띄운 편지를 읽었을 때 나는 정신없이 보낸 세월 속에 잊어버린 따뜻한 기억 하나를 찾아내곤 코끝이 시큰해 오랫동안 눈시울이 젖어왔다. '안녕! 서울바보 영아야. 넌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그 때 그 자그만 시골학교에서 네게 배웠던 구구단을 나는 아직도 열심히 외우고 있단다. 난 자꾸만 잊어버리는 바보거든. 뭐든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나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전철 안에서나 늘 중얼거리곤 했어. 그리고 나처럼 세상축복을 많이 받지못한 아이들을 위해 나는 특수학교 교사가 됐단다. 그리고 어릴 적 네가 가르쳐준대로 열심히 구구단도 가르치고 가끔씩 아이들 꿀밤도 때리며 열심히 해야만 살아낼 수 있다고 큰소리로 말하곤 하지. 발음이 시원찮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소리를 지를 때면 어릴적 네가 나에게 '크게 소리내서 읽어야 돼!’하고 고함치던 생각이 나. 그땐 몰랐는데 서울에 전학을 온 뒤 아무도 내게 그렇게 가르쳐주는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리고 다시한번 그렇게 공부할 수 있다면...하고 그리워하기도 했단다. 어디서 무얼하는진 모르지만 내게 큰 소리로 말하는 법을 가르쳐준 너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싶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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