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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기술자와 인부들을 모아 대역사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깊은 산골 외딴 집에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한 지 사흘 만에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에 끌려가고 말았다. 일단 만리장성을 쌓는 일에 끌려가면 그 일이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또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신혼부부는 그렇게 아이도 없이 생이별을 했다. 부인 혼자 산골 외딴 집에 외롭게 살아가던 어느 날 지나가던 한 나그네가 찾아 들었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이 근처에 인가라고는 이 집 밖에 없으니 헛간이라도 하룻밤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하고 정중히 부탁하는지라 부인은 차마 박정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사내가 홀로지내는 사연을 묻자 순진한 부인은 숨길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그 간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러자 사내는 갑자기 수작을 걸기 시작했고, 함께 도망을 가서 살자고 회유하기 시작했다. ˝부인, 이렇게 아름다운 부인이 혼자 살다가 늙는다면 인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습니까, 돌아 올 수도 없는 남편을 생각해서 정조를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여인은 혼자 힘으론 도저히 사내를 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사내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뒤,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했다. 여인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사내에게 여인은 ˝남편과는 결혼해 잠시라도 함께 산 부부의 정리가 있는데, 부역장에 끌려간 남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해서 사람의 도리도 없이 그냥 당신을 따라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남편의 옷 한 벌을 싸드릴테니 날이 밝는 대로 제 남편을 찾아가서 전해주시고 그 증표로 글 한 장을 받아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차피 살아서 다시 만나기 어려운 남편에게 수의를 마련해주는 마음으로 옷이라도 한 벌 지어 입히고 돌아서야 마음이 가벼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내는 ‘그렇게 하겠다’ 고 약속한 뒤 여인이 주는 옷을 챙겨 길을 떠났다. 며칠 후 드디어 여인의 남편이 일하는 부역장에 도착한 사내는 여인 남편의 면회를 신청했다. 면회를 담당하는 관리는 부역자에게 옷을 갈아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며, 부역자가 작업장 밖으로 나오려면 그를 대신해 다른 사람이 들어가 부역자 대신 일을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동안 누군가 다른 사람이 교대를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여인의 남편이 나오자 사내는 옷 보따리를 건네주고는 옷을 갈아입을 동안 대신 일을 할테니 빨리 옷을 갈아입고 편지를 한 장 써달라“ 고 말한 뒤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자기를 펼치자 그 속에서 편지 한 장이 떨어졌다. ‘공사장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당신을 빼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외간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옷을 갈아입는 즉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 나오십시요….’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한 여인의 지혜가 가족을 살리고 어리석은 인간에겐 세상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 일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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