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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나의 가장 큰 컴플렉스는 눈과 키가 작다는 점이었다. 그 컴플렉스로 인해 내 얼굴은 밝지 못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외적인 면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슬프고 외로웠지만 달리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 고민 끝에 교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교회 사람들은 나의 외모에 아랑곳없이 나름대로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내 자폐증같은 성격도 기도를 통해 조금씩 나아졌다. 어쩜 그것은 체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기왕 인력으로 안되는 얼굴이라면 밝게 웃으며 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쪼다처럼 '헤헤' 웃으며 살다보니 성격이 낙천적으로 변해갔다. 하느님이 나름대로 쓰일 데가 있으니까 이렇게 살려두셨겠지 하고 태평하게 마음먹었더니 사람들 대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누구에게 굳이 잘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있는 그대로 밝게 웃으며 지냈다. 그리고 내 평생 하느님 빽만 믿고 살려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시작했는데, 몇 사람의 백인여성이 나에게 호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수지'라는 여성은 키가 나보다 훨씬 더 컸다. 그녀와 함께 다니면 나는 창피함이 느껴져 멀리 떨어져 다니려 해도 정작 그녀는 나와 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다. 또다른 여성들도 모두 친절하고 상냥해 나는 정말 행복하게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수지와 3일 동안 같이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다. 내 부모님도 로스엔젤레스에 살았고 수지의 집도 로스엔젤레스 인근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올스모빌 차를 타고 밤늦게까지 롱비치 근처에 있는 유명한 곳은 다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그녀는 그때 짧은 핫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롱비치 해변을 같이 거닐 때에 얼마나 다리가 길게 느껴졌든지 마치 내 어깨까지 오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키 차이가 나서 나는 다른 사람들 보기가 민망했는데,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저녁 무렵, 해변가에서 나는 수지에게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녀는 두 가지를 말했는데, 하나는 신학교에서 항상 미소를 짓고 활기차게 사는 것이 정말 좋으며, 또 하나는 당시 신학교에 한인 학생이 약 35명 정도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얘기였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소리에 너무 얼떨떨해서 몇번이고 '정말이냐?'고 물었다. 외국 사람이 동양 사람을 보는 눈은 약간 차이가 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고 생각한 나는 나의 어느 부분이 잘생겼냐고 다시 한번 물었더니 눈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가 나를 놀리는 줄 알았는데, 그녀는 정말 진지하게 말을 했다. 사춘기 때부터 컴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내 작은 눈. 그러나 아무리 서양사람의 관점이 차이가 난다고 해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내 눈이 잘생긴 눈은 아니라는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잘생긴 눈처럼 보일 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내 눈에서는 거의 미소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도피처처럼 신학을 택했지만 나는 차츰 '마음을 변화시키면 신도 함께 미소지어준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내게 깃들기 시작한 행복한 미소는 내 외모를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내 인상을 변화시켰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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