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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부침이 도시락 반찬의 으뜸이었던 그 시절, 소녀는 엉뚱하게도 바이올린이 몹시 갖고 싶었다. 어느 외국영화에서 본 여주인공의 바이올린 켜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보여 날마다 나뭇가지 두 개를 들고 바이올린을 켜는 흉내를 냈던 것이다. 그리고는 무턱대고 아버지에게 바이올린을 사달라고 졸랐다. 꼭 배우고 싶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그러나 소녀의 아버지는 바이올린을 사줄 수가 없었다. 철없이 조르는 딸애의 말을 한쪽 귀로 흘리며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아버지 방에서 들려오는 작은 기도소리를 들었다.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딸애가 바이올린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소녀는 곧 자신의 철없음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사는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편지가 한 통 날아들었다. 딸과 함께 한번 올라오라는 편지였다. 아버지는 말없이 소녀를 데리고 친구의 집을 찾았다. 아버지의 친구는 소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곤 바이올린을 하나 꺼내더니 "중고시장에서 샀는데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구나" 하며 건네주시는 것이었다. 그 일로 인해 소녀는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딸애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아픈 심정을 아버지가 친구에게 띄워 보냈다는 것은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소녀도 중년여인이 되었다. 신문을 뒤적이던 그녀는 '딸 아이를 위한 싼 바이올린 구함' 이라는 광고를 보았다. 지난 날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비싼 바이올린을 중고시장에서 샀다며 웃음으로 건네주던 아저씨 생각이 났다. 그녀는 피아노 위 장식처럼 올려져 있는 바이올린을 들고 광고를 낸 사람을 찾아갔다. 그 역시 가난으로 딸의 바이올린을 사주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였다. "고맙습니다. 악기 값은 얼마를 드려야…."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중고시장에서 산 거에요. 딸애가 행복하게 바이올린을 켜면 그것으로 값을 치룬거죠 ”.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 위로 바이올린을 건네주신 아버지의 친구 아저씨 얼굴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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