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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의 별명은 보약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본래 성함은 정기태였지만, 우리들 사이에서는 보약 선생님으로 통했다. 반 아이 중 한명이라도 숙제를 안해오는 날에는 반 전체가 손바닥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숙제를 안해온 학생이 매를 맞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잘한 아이들만 매를 맞는 것이다. 그래서 숙제를 안해온 학생은 그 이후에 절대로 숙제를 안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 매를 맞을 때마다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게 했는데, '하나, 둘'하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보약" "보약" 하며 소리를 지르게 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매는 우리의 기분을 크게 상하게 하질 않았다. 우리 모두는 매를 보약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벌써 이십 년 전 일이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니…. 반 친구 중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애가 갖고 있는 크레파스가 너무나 좋아보여 나는 잠깐 감추고 말았다. 다시 제자리에 둘 생각을 할 때는 이미 그 아이가 크레파스를 누가 훔쳐갔다고 야단을 부리고 있던 터라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여자애는 크레파스 도둑을 잡아달라며 "병식이가 훔쳐간 것 같아요" 하고는 나를 보며 막 울어댔다. 선생님은 무척 당황한 얼굴로 "그래, 병식이가 가져간 것이 아닌 걸 믿는다. 하지만 선생님이 확인해 보는 게 좋겠지?" 하시더니 아이들 앞에서 나의 책상과 가방을 뒤적이셨다. 내심장은 얼마나 뛰었는지 얼굴은 뻘겋게 달아오르고 이 순간이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선생님은 분명히 가방 속의 크레파스를 보았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어 숨을 죽인 채 심판의 순간을 기다렸다. 잠깐의 고요가 흐르고. "그것 봐. 병식이가 갖고 있지 않은걸." 하시곤 교실을 나가셨다. 나는 당황했다. '분명 선생님은 보셨을텐데.' 나는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 앞에서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흑흑흑... 장난으로 그런 건데, 그래도 너무 잘못했어요…." "선생님 마음이 너무나 아프구나. 선생님도 네가 진심으로 그게 갖고싶어서 그랬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장난은 치는 게 아니야. 세상엔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엄청난 오해로 인해 일생을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란다." 나는 울면서 말했다. "선생님, 저에게 벌을 주세요. 예!" "그래. 처음 약속했던대로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에게는 종아리 열 대야. 약속은 약속이니까. 맞을 때마다 크게 보약이라고 해야한다. 알았지! 철썩! "보약", 철썩! "보약", 철썩! "보약", 철썩! "보약"…. 그때처럼 가슴 뜨겁게 보약을 외쳐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때의 매가 내 인생 전체의 보약이 되어 현재의 나를 든든히 서게 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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