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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한적한 농촌학교로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학생 수가 많았는데, 그 후 줄어들기 시작한 아이들이 이제는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이 한 명이라도 전학을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요즘 전학오는 아이들은 반갑다기 보단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학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가 이혼을 했거나 가출해 시골 할머니댁에 버려지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예 없다면 소년소녀가장이 되어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을 텐데 호적엔 버젓이 부모가 살아있어 멀쩡히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거나 쓰러져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얹혀서 살고 있는 것이다. 엄마가 없어 땟국이 줄줄 흐르는 모습으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겉모습도 안됐지만 어린 나이에 벌써 삶에 지친 것 같아 그게 더 안타깝다. 지난해 추석 때의 일이다. 네 살배기 여동생과 함께 할머니댁에 살고있는 수용이가 운동장한켠에서 홀로 울고 있었다. 아빠하고 헤어질 때 동생과 맛있는 것 사먹으라며 주고간 돈을 축구를 하다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추석 때 동생에게 예쁜 옷을 사주기 위해 학교 앞 오뎅과 떡뽁기가 아무리 먹고 싶어도 침을 꿀꺽 삼키며 아꼈던 돈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들에 나가고 없는 사이, 어린 동생을 불러 얼굴을 씻기고 라면을 끓여먹이는 착한 수용이였다. 가끔씩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동생을 챙기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져 눈시울이 붉힐 때가 있었다. 운동장에서 녀석을 달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퇴근을 하시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그리곤 축구하던 곳을 돌며 한번만 더 찾아보자고 손수 녀석과 함께 운동장을 헤매셨다. 각기 흩어져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는데, "찾았다!”하며 교장선생님이 손을 흔드셨다. 헐레벌떡 달려온 녀석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돈과 교장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서 받아서 집에 가지않고 뭐해!”얼떨결에 돈을 받아든 녀석은 "고맙습니다”하고 고개를 꾸벅 숙였지만 뒤돌아 가면서도 자꾸만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만지작거렸다. "김선생도 어서 가시죠!”빙그레 웃으며 유유히 자리를 뜨신 교장선생님. 그렇다. 선생님은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운동장 한쪽에서 수용이의 돈처럼 구긴 다음 약간의 흙을 묻혀 우리를 부른 것이다. 농촌학교의 교사들도 도시로 나가 대접받으며 근무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시골로 이동되는 것을 좌천됐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사회가 나가 당당한 주역이 살 수 있도록 보살피는 일. 그리고 교장선생님처럼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며 든든한 나무처럼 기댈 곳이 되주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 나는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정말이지 주면 줄수록 더 넘쳐나는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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