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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 새 5년. 이제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도 한데 아직도 그 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하다. 엄마없는 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를 나는 날마다 공주처럼 꾸며 보냈다. 내 걱정과 달리 아이는 티없이 맑게 커가는 것 같아 감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딸애가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회사를 조퇴하고 바로 아이를 찾았지만 딸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지야∼’떨리는 목소리로 목청껏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쫒아다녔는데 저녁때가 다되어 아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는 게 아닌가. 너무나 화가나 집으로 데려온 후 다짜고짜 매를 들었다. 딸애는 아무 말도 없이 다만 "아빠 잘못했어요∼” 하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은 유치원에서 엄마 아빠를 모셔와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다. 그 후 민지는 다시 명랑하게 유치원에 잘 다녔다. 그리곤 어느 날 글을 배웠다고 자랑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글을 읽기 시작한 민지는 언제부턴가 밤만 되면 제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글을 써대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나 기특해 나는 슬며시 딸애의 방문을 열어보곤 아무 방해도 않은 채 조용히 문을 닫으며 입가에 미소를 흘리곤 했다. 그렇게 일년정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던 겨울이었다. 회사에서 퇴근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우리동네 우체국 출장소에서 걸려온 전화였는데 민지가 우체통에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편지들을 마구 쑤셔 넣는 바람에 가장 바쁜 연말에 우체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항의하는 것이었다. 서둘러 달려간 나는 왜 그런 장난을 했냐며 야단을 쳤는데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또 잘못했다고 빌기만할 뿐이었다. 이유를 말하지 않는 아이의 고집에 화가 나 우체국으로 달려가 민지가 구겨넣었다는 편지들을 찾아왔다. 꾸러미를 펼치자 '엄마 보세요'로 시작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순간 나는 목이 '콱' 메여 더 읽어볼 생각을 않고 "왜 그랬니∼”하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이는 그동안 편지를 계속 써왔는데 우체통이 높아서 부치지를 못하고 있다가 요즘 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입구에 손이 닿길래 지금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깐 다음부터는 편지를 태워서 연기를 하늘로 올려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아이답지 않은 눈망울을 깜박거렸다. 나는 뭐라 답해줄 말을 잊은 채 묵묵히 아이의 편지 한 장을 펼쳐들었다. 「엄마 지난 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는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는 말 안했어. 아빠가 나 찾으려고 막 불렀는데 난 일부러 아빠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어. 그래도 난 끝까지 얘기 안했어. 말하면 아빠가 엄마생각나서 울까봐. 근데 엄마, 나는 엄마얼굴이 생각이 안나. 엄마는 어떻해 생겼는지. 내 꿈에 한번만 엄마얼굴 보여줘 약속하지? ….」 나는 가만히 편지들을 들고 밖으로 나와 라이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조용히 하늘을 향해 중얼거렸다. '당신 이 편지 보고있지? 이 연기가 오르는대로 민지소원 꼭 들어줘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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