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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에 알부자로 소문난 복점할머니가 살았다. 장터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있는 식료품점이 할머니의 가게였다. 얼굴에 점하나가 뚜렷이 있어 복점할머니로 불리는 할머니는 이북에서 넘어와 혈육이 없었고, 고생고생 끝에 그 가게를 장만해 나름대로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복점할머니의 가게 앞에는 또 매일 아침 함지박에 봄나물이나 떡 등을 이고와서 파는 냉이할머니의 좌판이 있었다. 장사할 자리가 없는 냉이할머니에게 복점할머니는 기꺼이 한쪽 귀퉁이를 내주었고 갖가지 나물과 떡을 펼치고 나면 냉이할머니의 하루 장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두 할머니가 공존하며 장사를 하는 장터엔 저녁 무렵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많았지만 시장을 다니며 구걸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복점할머니는 불쌍한 사람들이 손을 내밀 때마다 호통을 칠 뿐 결코 적선을 하는 법이 없었다. “젊은 것들이 뭐 할 짓이 없어서 비럭질을 해. 장사도 안 되는데… 저리가! 어서.” 복점할머니는 언제나 거저 얻어먹으려 드는 사람들을 냉대했고, 맺고 끝는 게 분명해 없는 사람들은 복점할머니의 가게를 쉽게 찾지 않았다. 하지만 냉이할머니는 달랐다. 팔고남은 나물은 없는 이웃들에게 그냥 나누어주었고, 식료품 가게에서 쫓겨나오는 걸인들을 보면 “오늘은 이 떡 뿐이여.” 하고 나누어주며 장사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헤헤. 고맙습니다. 할머니.” 걸인들은 할머니가 남은 떡을 나누어주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는 저녁 늦게 배가 고플 때면 으레 할머니의 떡함지 옆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점할머니의 식료품 가게가 별나게 들썩거렸다. 기자들이 오고 방송국 카메라가 할머니를 찍어대는 것이었다. “이렇게 큰 돈을 기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복점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나 죽고 나면 재산이 다 무슨 소용이겠수…” 복점할머니는 평생 모든 돈을 가난한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모두 내놓으신 것이었다. ‘평생 모은 돈 3억 기부’ 다음날 신문에는 대문짝만한 글씨와 함께 복점할머니가 활짝 웃는 사진이 실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 복점할머니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시장통은 잔치분위기에 휩싸였다. 바로 그때 걸인 소년과 장애 청년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냉이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신문에 할머니 얼굴이 나왔어요.” “내 얼굴이?” “네, 이거 보세요. 여기요.” 소년이 가리킨 것은 크고 뚜렷하게 찍힌 복점할머니의 사진 한 귀퉁이에 있는 작고 희미하게 웃고있는 냉이할머니의 얼굴이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냉이할머니는 사진 속에서도 배고픈 아이들에게 떡을 나눠주고 있었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녀석들 눈도 좋지. 어디 이게 내 사진이야 이놈아!” 할머니에게 꿀밤을 맞은 소년은 다시 한번 말했다. “큰 돈 내놓은 복점할머니보다 우리에게 떡 주는 할머니가 더 좋단 말에요…” 배고픈 사람들에겐 냉이할머니의 떡 한점이 더 값진 사랑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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