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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지금처럼 조기교육의 열풍이 뜨겁지 않던 시절에 겨우 제 이름 석 자 그리고 간단한 셈이나 좀 써보다가 학교에 온 아이들이 더 많았을 때였다. 교실에서 늘 말투도 어눌하고 그리 영리해보이지 않았던 한 남자 아이가 연신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넌, 이름 맨 끝 글자를 쓰기가 어렵니?" 아이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껌뻑이면서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네 시험지에는 이름이 매일 두 글자만 쓰여 있어구나” 아이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선생님, 시험지 종이가 모자라서 책상에다가 썼어요." 아, 선생님이 그제야 책상 위를 보니 연필로 눌러쓴 이름의 끝 글자가 가득했다. 좁다란 시험지에 언제나 두 글자를 크게 써놓고 남은 공간을 찾지 못했던 아이, 글자를 줄여서 쓸 줄 몰랐던 아이는 늘 그렇게 책상 위에다가 마지막 글자를 적어 넣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종이를 좀 더 큰 걸 주지않고.'하면서.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늘 규격화된 일상에 자신을 맞추기 힘들어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요령을 터득해야하는데, 우직하리만치 자신의 신념을 다른 이들이 알아주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은 이상해, 왜 나의 맨 마지막 글자를 찾지 못하는 거야 했던 아이 때처럼... .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남들이 뛸 때도 혼자 천천히, 모르는 것은 물어서물어서 천천히 갔다. 아무도 그 아이를 눈여겨보지도 않았고, 요즘 같았으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었던 아이였다. 오직 우직하게 자신이 알고자 했던 것만을 찾아다녔고, 오랜 시간이 걸려도 궁금증을 해소하고서야 다음 물음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대학도 5년이나 늦게 들어갔다. 건축에 관심이 많아 미국유학도 감행했다. 물론 시간을 두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유학비를 충당했다. 그러자니 나이는 친구들의 큰형뻘이 되었지만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직 자기 길만을 걸어갔다. 오랜 시간 후 늦게야 내놓은 졸업작품은 미국 교수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흠잡을데 없이 완벽했으며 인간의 내면과 자연과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뤄낸 작품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주위의 찬사에 그저 쑥스러운 듯 ‘피식’ 웃고말았다고 주위에서 전했다. 그가 지닌 개성적인 시각은 창의력으로 이어지고 지금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항상 마지막 글자를 찾아내어 줄 밝은 마음의 눈을 가진 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순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전에 내가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나를 많이 힘들게 했던 것은 아이들과의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움을 원하는 엄마들 때문이었다. 빨리 영리해지고, 빨리 어른스러워지기를 원하는 부모들은 빨리 요령을 터득하고 어른들의 마음을 알아내는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했지만, 그렇지 못하는 아이들은 답답해했다. 그렇게 가르쳐주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뜻을 맞추기가 솔직히 힘들었다. 하지만 일찍 영재라고 부모의 자랑거리와 세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아이들이,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평범하지도 못한 자리로 물러서고 말아버리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왔다. 너무 빨리 어른스러워지기를 원하는 부모들 탓에 숨가쁘게 달려가야 했던 아이들은 얼마큼 쯤에서 피곤하고 지쳐서 쉬고싶어졌을런지도 모른다. 아이답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아이가 정말 아이다웠던 그 아이가 훗날 진정한 빛을 발하더라는 것을 많은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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