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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나는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그때는 늦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전투복에 야전상의를 걸치고도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날 만큼 추웠다. 게다가 점호시간만 되면 당직 소대장은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우리들을 바닷바람이 쌩쌩 부는 연병장에 집합시켜 팬티 차림으로 체력단련을 시키곤 했다. 그때 고된 훈련으로 내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에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턱턱 갈라져 꼭 원시인 손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그 날도 야간 체력단련을 마치고 막사로 돌아와 흙묻은 손을 씻는데 상처 때문에 몹시 쓰렸다. 부드럽던 손은 온데간데없고 벌겋게 얼어 퉁퉁 부어오른 손을 보자 나는 괜히 서글퍼졌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어머니의 손이었다. 아버지 없이 우리 3남매를 홀로 키우신 엄마는 내가 입대하기 전, 포장마차를 하셨다. 옆에 연탄 화덕과 가스불을 번갈아 쓰긴 했지만 비닐휘장 하나로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손님이라도 많은 날은 추위도 잊고 신나게 장사를 했지만 눈보라 치던 어느 날, 손님조차 끊긴 포장마차 속은 추위가 뼛속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옷은 두껍게 입었지만 급할 때는 그냥 찬물에 손을 넣어야했던 엄마는 그날따라 "날이 너무 춥구나!" 하며 손을 입에 대고 호호 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엄마, 손님도 없는데 그냥 들어가요"하고 재촉하자 "그래야 겠구나"하며 찬물에 그릇을 넣으셨는데, 그때 잠깐 고무장갑을 벗은 엄마의 손은 지금의 내 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칠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철이 없던 나는 "엄마, 약 좀 사서 발라요. 물도 데워 쓰고..."하고 퉁명스럽게 말해버렸다. 그때 어머니는 무관심한 내 말에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우리 가족을 위해 그 추위에 상처난 손으로 밤새워 일하던 어머니는 손이 얼마나 쓰리고 아프셨을까. 어머니가 고생하신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작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몰랐던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모포를 뒤집어쓰고 한참동안 흐느꼈다. 그리고 그때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이 자꾸만 입가에 맴돌았다. '어머니, 사랑해요…. 내가 제대하고 나가면 엄마고생 끝나게 해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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