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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얻은 휴일, 아내가 원하는 쇼핑을 함께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휴일이라 비교적 거리는 한산했지만 백화점이 가까워오자 차는 거북이운행은 물론 주차시키는데만도 한시간이 걸렸다. 백화점 나레이터 모델들의 신나는 몸짓, 어느새 봄이 되버린 화려한 상품의 홍수 속에서 아내는 봄옷 한 벌을 고르고 고른 후 45만원의 카드를 긁으며 마냥 흐믓해 했고, 나역시 오랜만에 아내의 소원을 들어준 것 같아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을 향했다. 그런데 백화점을 돌아 좁은 이면도로를 막 들어서려는데 아내가 "참 쪽파 한단 사는 걸 잊었네" 하며 급히 차를 좀 세워달라는 것이 아닌가. 금방이면 온다는 아내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지나도 오질 않아 난 비상깜박이를 켜둔 채 골목 안 채소전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아내가 작은 파 한단을 손에 든 채 짜증스럽게 서 있는 것이 보여 " 아니 뭐하고 빨리 안오는거야" 하고 소리쳤다. 그때 남루한 차림에 허리가 약간 굽은 할머니가 아내에게 급한 걸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나역시 무슨 일인가 싶어 아내에게 뛰어갔는데 할머니가 숨가픈 목소리로 "잔돈을 꼭 받아가야지∼"하며 아내의 손에 2백원을 쥐어주는 것 이 보였다. 아내는 어이없는 듯 '피식' 웃었고 할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낮에는 쪽파 한단에 2천원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그건 맨 마지막 남은 제일 나쁜 단인데 어떻게 다 받어, 좀 적게 받아야지∼" 하는 것이 아닌가. 거스름돈 줄 동전이 없어 천원짜리 한 장을 들고 급히 동전을 바꾸러가느라 늦어졌다는 할머니. "그냥 2천원을 드리고 말지 뭘 잔돈을 받는다고 기다리고 있어"하고 퉁을 주며 돌아나왔고 아내는 "무조건 기다리라기에 영문도 모르고 서 있었지뭐" 하고 짜증을 냈다. 화려한 백화점 건물 뒤로 거짓말처럼 초라하게 돌아앉은 골목길, 그리고 작은 고무다라에 흙부스러기가 남아있는 채소들을 소박하게 묶어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신사숙녀들에게 권하고 있는 아낙네, 그리고 꼭 거스름돈을 주어야한다며 굽은 허리로 거리를 달린 할머니…. 참 우리는 얼마나 엉터리로 살고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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