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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배를 타던 아버지가 풍랑에 쓸려 세상을 등진 후 어머니는 생선장수를 시작하셨다. 자그마한 키에 생선함지를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리품을 파는 일로 어머니의 장사는 시작됐지만 우리 4남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팔다 남은 물간 생선과 봉지쌀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방문을 활짝 연 아이들은 “야!!!엄마다!". 하고 소리치며 어머니의 함지를 서로 내리려 팔을 뻗곤 했다. 열두 살, 열 살, 아홉 살, 일곱 살. 고만고만했던 우리 형제의 소원은 그저 하얀 쌀밥을 양껏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밥은 언제나 모자랐고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먹을 거만 보면 허겁지겁 달려들어 똑같이 싸우는 철없는 아이들이었다. “쩝쩝...냠냠냠..." “밥 한숟갈만 주라" "어?? 싫어싫어!" 밥상머리에서 벌어지는 이런 실랑이는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어머니는 끼니마다 밥을 반 그릇씩 남겼지만 남은 밥은 절대로 자식들에게 주지않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밥그릇을 닥닥 긁던 막내가 숟가락을 빨며 더 먹겠다고 했다. “엄마, 엄마밥 내가 더 먹으면 안돼요?" “나도 더 먹고 싶은데" “나두 나두"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서로 먹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손으로 단호하게 밥그릇을 막았다. "이건 안된다고 했잖아!" 엄마가 그러실 때마다 우린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숟가락을 들고 껄떡대면 엄마는 얼른 상을 치워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바둥대는 막내 때문에 엄마와의 실랑이가 이어졌고 결국 밥상이 크게 흔들렸다. "어.....어...?" 그 순간 기울어진 상에서 어머니의 밥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밥그릇에는 허연 것 하나가 툭 튕겨져 나왔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막내가 그걸 쥐고 말했다. “엄마, 이게 뭐에요?" 어머니가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셨다. 우리는 그제서야 어머니가 우리에게 남은 밥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엎어진 밥그릇에서 튕겨져 나온 것은 남은 밥이 하니라 작은 무토막이었던 것이다. 우린 아무도 소리를 내지 못한 채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엄마, 엄만 여태 밥은 안먹고 무만 먹은 거에요?” 막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물었고 어머니는 우리 모두를 끌어안은 채 오랫동안 흐느끼셨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에겐 밥투정이 사라졌다. 엄마 밥그릇에 서로 밥한숟갈을 더 얹으려 애썻고, 서로 양보하며 적은 밥이라도 나누어먹었다. 그리고 엄마가 오시기 전에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깨끗이 해두었다. 장남인 나는 동생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도 열심히 공부했고, 이제는 동생들 모두 제 밥그릇은 챙길 수 있는 성인이 되어 각기 분가했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도 복지회관을 다니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계시고 세월이 좋아 배고픈 설움도 잊은지 오래지만 요즘 아이들이 넘쳐나는 먹거리로 입맛투정을 할 때면 으례히 어머니 밥그릇에서 떨어지던 그 하얀 무조각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밥을 굶는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지난 얘기를 하면 ‘에이～ 또 그소리’ 하며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아 몹시 속이 상할 때도 많다. 그러나 배부르고 불편할 게 없는 요즘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한 구석에는 그 시대처럼 살아가는 극빈자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 과거를 잊지 않게 하고 가난하지만 정스러웠던 그 시절을 그립게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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