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월 오토바이 운전면허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감독관인 나는 문맹자에게 문제를 읽어주기 위해 조심스레 해당자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50대 맹인남자가 나왔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오토바이를 타려하냐고 깜짝놀라 물었더니 이번 시험에 응시한 청력장애자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나왔고 했다. 감독관이 읽어주는 내용을 수화로 친구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순 장내가 숙연해졌다. 친구는 청력장애 뿐만아니라 양 다리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청력장애자 운동능력 측정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붙여 응시한 그 청각장애인은 친구의 도움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곧 이어 실시된 기능시험에서도 장애인용 오토바이를 타고 당일 응시자 중 가장 멋지게 코스를 돌아나왔다.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야! 베스트 드라이버다"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늘 '합격' '불합격'이란 짝막한 단어만 반복하던 내 입에서도 평소와는 다르게 "지금 들어오신 분은 귀는 좀 어두워도 이 세상에서 가장 밝고 따뜻한 눈을 가진 분입니다. 우리 큰 박수를 보냅시다. 24번 합격!”하고 크게 외쳤다. 장내는 우뢰같은 박수소리로 가득했고 비록 듣지는 못해도 표정으로 느끼고 겸연쩍어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시험이 끝난 후 두 친구가 장애인용 세바퀴 오토바이를 타고 다정하게 돌아나갔다. 서로에게 '눈'이되고 '귀'가 되어온 두 친구의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오랫동안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