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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도 이상하고 입가엔 침이 흐르고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제대로 뭔가를 할 수 없는 우리 오빠. 정신지체장애자인 그 오빠를 난 한번도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어렸을 땐 차라리 오빠가 없어져버렸으면 하고 바랐다. 항상 집안에서만 지내기 일쑤였는데 어쩌다 오빠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나는 차갑게 외면하며 눈을 흘기곤 했다. 그렇게 미워하던 오빠를 나는 지금 살려달라며 하느님께 매달리고 있다. 그 오빠가 지금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것이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려 해도 나는 늘 다른 핑계를 대며 우리집엘 못오게 했다. 그러나 그날따라 짝꿍인 미정이가 말도 없이 불쑥 우리집을 찾아왔다. 마침 오빠가 잠깐 나간 사이라 적당히 핑계를 댄 다음 빨리 보내려는데 오빠가 집 앞 골목길을 천천히 들어서고 있는 게 보였다. 미정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나는 급히 미정이 손을 잡고 나오는데 오빠가 그 발음도 시원찮은 소리로 나를 부르며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미정이 보기가 챙피해서 얼른 등을 돌린 채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눈치도 없이 갈 생각을 않는 미정이의 등을 연신 두드리며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오빠가 봉지에 뭔가를 들고 뒤뚱거리며 쫒아왔다. 나는 미정이가 보지 못하도록 등으로 뒤를 막은 채 급히 도로가로 나와 '잘 가'라는 말만 남긴 채 획 돌아섰다. 바로 그때였다. 어이가 없었는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던 미정이 뒤로 큰 트럭이 세차게 달려오고 있었고 어그적거리며 다가오던 오빠가 갑자기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낀 순간 '끼익'하는 소름끼치는 금속음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그리고 '아-악!….' 미정이가 길 건너편에 쓰러져 있었고 오빠가 트럭앞에 피투성이가 된 채 나뒹굴고 있었다. 그날 나를 주려고 만두를 사온 오빠는 친구가 온 것을 보고 만두를 먹고가라고 따라오다 멍하니 선 미정이 뒤로 달려오는 트럭을 보며 사력을 다해 달려가 미정이를 차밖으로 떠민 것이다. 오빠의 고통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오빠가 장애때문에 공부를 중단해야 했을 때였다.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오빠가 몰래 우는 모습을 보며 오빠도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위로한번 해준 일없이 늘 오빠때문에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던 나 …. 엄마는 의식없는 오빠의 귀에 대고 중얼거리셨다. 그동안 많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제 모든 걸 잊고 하늘나라에 가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고통받는 오빠의 모습이 안타까워 엄마는 빨리 하느님 곁으로 데려가달라고 기도했다. 텔레비전에서 씩씩한 군인이 나오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눈물훔치던 스물한살의 청년.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 웃으며 살아보려고 온 몸으로 애쓰던 우리 오빠는 내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난생 처음 잡아본 오빠의 손. 주사바늘자국에 퉁퉁부은 그 손을 왜 한번도 따뜻이 잡아주지 못했는지. 나는 오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무슨 잠을 이렇게 오래 자. 빨리 일어나…." 목이 메어 흐느끼는 내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한 듯 입술을 한번 달싹거린 오빠가 조용히 그리고 흡족한 듯 가늘게 미소지으며 가만히 내 손을 떨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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