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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아이들에게 ‘기’에서 밀린다. 아이들이야 거칠 것 없이 밀고 올라오는 새순과 같으니 그 왕성함을 당해 낼 수 없다. 열다섯, 열여섯, 얼마나 눈부신 때인가. 그래서 가끔 녀석들의 기운을 빌려 쓴다. 아침부터 어쩐지 몸이 무겁다거나, 기분이 울적한 날은 서둘러 교실로 올라간다. 울긋불긋 앉아 있는 아이들 가운데 화색이 넘치는 녀석을 골라 손을 내민다. “얘야, 기운 좀 얻어 쓰자.” 아이들 손은 따습고 보드랍다. 그런 손을 맞잡고 있으면 따스한 기운이 천천히 번지면서 몸도 마음도 평온하게 가라앉는다. ‘배터리 충전’이 따로 있겠는가. 아이에게 ‘기’를 빌린 대가로 사탕 한 알을 건넨다. 요즘은 먼저 내 안색을 살펴 “배터리 충전하세요.”하며 손을 내미는 녀석도 있다. 체온, 그 따스함은 힘이 세다.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의 거리가 두 뼘쯤은 줄어든다. 설령 사고를 치고 끌려 온 녀석일지라도 손을 잡고 이야기하다 보면 노여움보다 안타까움이 앞서 결국은 둘 다 목이 멘다. 특히 나는 ‘프리허그’의 정신을 높이 산다. 우리 반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두 명 있는데, 그중 한 아이는 마음속에 큰 분노를 품고 있다. 끊임없이 중얼거리다가 기분이 좀 나쁘면 “찔러버릴 거야” 같은 험악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종례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이 아이만큼은 따로 불러 꼭 한 번 안아 주고 보낸다. “오늘도 잘했다. 집에 갈 때 차 조심하는 거 잊지 마라” 땀냄새가 풀풀 풍길지라도 안고 있는 순간만큼은 서로 눈물겹다. 손을 잡거나 한 번쯤 안아 준 아이와는 쉽게 친해진다. 물론 친분을 내세워 선생을 이용해 먹는 경우도 적잖으나, 까짓것 기꺼이 ‘이용당해’ 준다. 기껏 해봐야 교과 담임 눈을 피해 준비물을 얻으러 오거나, 뭘 복사해달라는 정도다. 짐짓 안 된다고 시치미를 떼면서 아이들의 엄살(이거 없으면 또 점수 깎여요, 이번에 성적 떨어지면 엄마한테 완전 죽는단 말이에요 등등)을 즐기기도 하지만 손은 이미 서랍을 뒤지거나 복사기로 향한다. 가끔 고맙다며 음료수나 초콜릿을 책상 위에 놓고 가는 녀석들도 있다. 결국 그것은 다른 놈 손으로 넘어가기 일쑤지만 그래도 나중에 만나면 후하게 칭찬한다. “너 사람 됐더구나.” 교육이라고 꼭 위엄 가득할 필요는 없다. 그러기에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공부에 시달린다. 여유가 없으니 정도 모르고 크는 것이다. 얘들아, 맞지! (‘좋은 생각’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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