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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도착한다는 큰아들 내외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밀렸다며 명절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맞벌이 하느라 힘든 애들 기다릴 필요없이 차례음식은 이미 장만해둔 상태다. 딸이라면 속상할 일도 없겠건만, 며느리가 늦게 오니 공연히 심기가 불편한 건 이 무슨 고약한 심보인가. 이게 시어머니 근성이라면 나 역시 할 말이 없다. 긴 운전에 피곤했을 아들을 보니 짜증나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아니 손주들을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다. 자식이란 얼마나 가슴 밑바닥까지 저려오는 존재인가. 내가 화를 내지 않아도 두 며느리의 표정은 데면데면하다. 다 차려놓은 음식에 거들기만 하면서도 남편들을 향해 힘들다는 표정을 연신 드러낸다. 그래도 먼 길을 명절이라고 꼬박꼬박 찾아오니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차례상을 물리기가 무섭게 둘째가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차가 밀릴 것 같아 일찍 나서겠다는 것이다. 큰애도 함께 갈 뜻을 비친다. “그래그래 어서 서둘러라”. 며칠간 장보고 음식 만드느라 허리가 벌써 무지근해서 서운한 맘보다 가고나면 쉴 생각이 먼저 든다. 아이들 가져갈 것을 봉지봉지 싸는데 둘째 며늘애가 “기름진 음식 누가 먹는다고 싸지 마세요” 한다. 그리곤 즈네들끼리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주고받는다. 못들은 척 했다. 나도 세상 돌아가는 건 다 아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아들에게 며느리 흉을 좀 봤더니 “그래도 안살 수는 없잖아요”하는 말을 듣곤 다시는 싫은 소리를 입에 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들 대문간 들어설 때부터 아들 며느리 눈치보기 바쁘다. 그까짓 차례가 뭐라고 돈 버느라 피곤에 지친 애들을 예닐곱 시간씩 고속도로에 갇히게 한 건 아닌가 하고. 밑반찬과 과일 필요한 것들만 싸서 보내고 나니 명절은 그제야 조용히 자리를 내준다. 교회도 좋고 제사를 안 지내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명절이 있는 건 그렇게라도 가족들 얼굴한번 보라고 조상님들이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며칠을 음식 만들어서 이래저래 퍼주고 나면 나는 김치 한가지에 물 말아 먹기 일쑤라는 것을 자식들은 모르리라. 명절증후군은 며느리만 겪는 게 아니다. ‘며늘아, 명절은 시어미도 힘들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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