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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가 펑펑 울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아이는 재수를 했고, 그마저도 원하는 대학시험에 떨어졌다. 삼수를 하느냐, 아님 다른 대학 아무데나 점수 맞춰서 가느냐를 놓고 아내와 의논 중이었는데 아이 방에서 울음소리가 난 것이다. 답답했지만 다 큰 딸자식 나무라기만 할 수도 없었다. 딸애의 우울증은 깊어갔고, 아내와 나는 서로 관심을 쏟지 못했다고 탓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뭔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자칫 큰 일이 날것만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다. 딸에게 말했다. 대학진학을 우선 미뤄두자고.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1주일을 고민하던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고 했다. 일은 닥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속이 쓰렸지만 딸애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아내는 마음이 상해 며칠간 밥을 먹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을 딸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당과 편의점, 광고사 등. 딸애의 알바자리는 수시로 바뀌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아이는 여행을 가려고 하니 돈을 좀 보태달라고 했다. 알바로 모은 돈이 50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또다시 망설였다. 다 큰 딸을 어떻게 혼자 해외로 내보낸단 말인가. 그러나 아이의 눈빛이 예전 같지 않고 진지했다. 나는 마일리지를 모으고 돈을 보태 몇몇 나라를 경유할만한 비행기표를 끊어주었다. 딸은 씩씩하게 배낭을 메고 떠났다. 딸에게서 며칠간만 전화가 안와도 우리는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그렇게 노심초사 하는 시간이 두 달이 흘렀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탈리아에서 가방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여권과 물건을 잃어버렸고, 어찌어찌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해서 내일은 집으로 갈 수 있다고. 공항에 마중을 가겠다는 말은 안했지만 나는 출근 후 일찍 월차를 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보니 저 멀리 낯익은 모습 하나가 하염없이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였다. 나는 멀찌감치 서 있었다. 이윽고 출입문이 열리자 조금은 야위고 검게 탄 딸애가 아내를 향해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모녀는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공항 입구에 그냥 서 있었다. 밝은 얼굴로 재잘거리던 딸애가 여행가방을 끌고 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어릴 때처럼 마구 달려와 내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아내도 깜짝 놀라 ‘당신도 왔어’하고 달려와서는 내 품에 안겼다. 두 여자를 안고 있는 순간 눈시울이 확 뜨거워졌다. 건강하게 돌아온 딸. ‘예서 내가 뭘 더 바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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