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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나의 가장 큰 컴플렉스는 눈과 키가 작다는 점이었다. 그 컴플렉스로 인해 내 얼굴은 밝지 못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외적인 면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슬프고 외로웠지만 달리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지금이야 조금만 돈이 있어도 쌍거풀 성형을 해본다든지 키 크는 한약을 먹는다든지 무슨 방도를 취해보겠지만 그땐 성형이 그렇게 활성화 되지 못했고, 집안에 돈도 없었다. 열등감과 고민 속에 지내다 어느 날 성당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하느님은 못생기거나 미인이거나 모두 똑같이 사랑하신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내 고민을 그냥 혼자서 하느님께 고백했고, 십자가에 못박혀 고통을 당하면서도 말없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예수상 앞에서 기도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이 좋은 책의 한 구절이라며 강론을 하셨다. “예수님이 왜 위대하신줄 아십니까? 그는 신의 아들입니다.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벌을 줄 수도 있고, 보는 앞에서 기적을 행해 그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릴 수도 있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러지 않고 묵묵히 십자가를 졌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고통을 그대로 받으시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습니다. 그 분이 위대한 것은 부활을 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기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하지 아니하고 묵묵히 고통의 짐을 걸머지고 나아간 데 있는 게 아닐까요!” 라고 강조하셨다. 내 자폐증 같은 성격이 그 순간 큰 감흥을 일으켰다. 어쩌면 그건 체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기왕 인력으로 안 되는 외모라면 밝게 웃으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 쪼다처럼 '헤헤' 웃으며 살다보니 성격이 낙천적으로 변해갔다. 하느님이 나름대로 쓰일 데가 있으니까 이렇게 살려두셨겠지 하고 태평하게 마음먹었더니 사람들 대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그리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생긴 그대로 밝게 웃으며 지냈다. 말단직원으로 직장에 들어가 청소와 커피심부름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늘 웃는 얼굴로 주변을 대하다 보니 직장 상사들도 점점 인간적으로 대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결코 외모 때문에 승진에서 낙오되지 않았고, 한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얼굴은 ‘얼의 꼴’에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사십을 넘긴 지금,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엔 '예쁘다' 라는 말을 듣고싶은 미련이 남아 있지만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보며 그냥 ‘피식’ 웃어버린다. 그 얼굴로 여태 잘 살아준 게 고맙다고 위로도 해준다. '마음을 변화시키면 신도 함께 미소지어준다' 는 진리를 가슴에 안고 ‘행복하다’고 외치며 살았더니 이제 중년의 내 모습에서 ‘참 인상이 좋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내게 깃들기 시작한 행복한 미소는 그동안 내 외모를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내 인상은 크게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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