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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으로 붐비던 밤이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어느 아침이었다. 지구대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나타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내려주고 사라졌다. 어디서 태웠는지 말이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짐도 없이 달랑인 할머니, 어딘가에 연락처가 있을까 싶어 주머니도 뒤져보고 목걸이도 살펴보았지만 할머니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머니 상함이 뭐예요?, 주소는요? 집에 가족은 있으세요?” 행운을 기대했지만 할머니는 말을 내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집 전화번호는 아세요?” 혹시나 해서 물었던 질문에 할머니는 갑자기 “010-xxxx-xxxx"라고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주위에 있던 선배 경찰들은 본인 이름도 모르는데 전화번호를 어찌 알겠느냐며 어서 보호기관에 전화하라고 혀를 끌끌 찼다. 그 순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OO병원입니다….” 할머니를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생겨 “지금 지구대에 길을 잃은 할머니가 있는데 혹시 김OO라는 할머니를 아시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 우리 병원 원장님이세요, 10년전 쯤 은퇴하셨는데 가만있자, 집 전화번호를 알려드릴께요” 하며 뭔가를 찾는 눈치였다. 예상 못한 대답에 가슴이 뛰었다. 집 전화번호도, 사랑하는 가족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평생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 전화번호를 또렷이 기억한 할머니.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도 했다. 할머니는 그렇게 연락이 닿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날의 경험은 내 직업에 더 큰 애착을 느끼게 해 주었다. 만약 나이가 들어 나도 치매에 걸린다면,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도 할머니처럼 평생 몸담은 직장만큼은 기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다면 전화번호를 묻는 누군가에게 ‘112’ 라고 대답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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