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날따라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날이 몹시 추워 버스를 탔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며 서 있었다. 버스가 시골마을을 돌아 어느 면지역으로 들어서자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버스에 올랐다. 할머니는 우선 버스에 올라탄 후 요금을 내려는지 짐부터 앞세워 올리곤 버스 안을 두리번거렸다. 자리를 찾는 눈치였다. 아마 자리에 앉은 다음 돈을 낼 심산이었나 보다. 그러나 자리가 없자 짐을 발밑에 내려놓고는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머니에 돈이 없었던 모양이다. 버스는 이미 출발했고, 계속 운전석 옆에서 호주머니를 뒤적이던 할머니는 결국 "기사양반. 미안허요~ 이 노인네가 돈을 안가지구 왔나봐~" 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때였다. 기사아저씨가 갑자기 ‘끼익’하고 버스를 세웠다. 그리곤 “돈이 없으면 타지마시지 왜 타놓고 그래요, 그냥 여기서 내려요!” 하고 소리쳤다. 그 할머니는 고개를 못 든 채 "미안허요 기사양반~" 하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곤 “기사양반 다음에 두 배로 내면 안될까~” 하고 사정하듯 말했다. 기사아저씨는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은 채 계속 뭐라고 해댔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사양반 그만 출발합시다" 하고 말하기도 하고, "돈 없이 왜 버스를 타셔요"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할머니는 더 무안해져 어쩔 줄을 모른 채 망설이다 체념한 듯 천천히 짐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한 명이 앞으로 비집고 나왔다. 그리곤 손에 든 2천원을 요금함에 넣으며 “아저씨, 이 할머니 차비에요” 하고 말한 뒤 잔돈을 받아들고 다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원 자리로 돌아갔다. 버스기사는 그제야 차를 출발시켰고, 할머니는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학생이 있는 뒤쪽을 고개를 빼고 바라보았다. 갑자기 차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달리는 버스 안에는 저마다의 생각에 잠긴 사람들이 묵묵히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