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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못 일어나세요!” 아들의 급한 전화를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 출근과 함께 전해온 날벼락 같은 소식에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신호등은 왜 그리 긴지, 밀린 차들을 또 왜 그렇게 많은지…. CT촬영을 끝낸 의사는 뇌출혈인 것 같다며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정말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빠른 조치로 위기는 모면했고, 아버진 장기입원에 들어갔다. 뜻하지 않은 병간호에 나는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노년과 건강을 잃었을 때의 모습을 입원실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병실은 대부분 노인환자 들이었는데, 찾아오는 가족도 없이 홀로 음식을 찾아먹는 외로운 노인, 자식은 있지만 간병인에게 맡기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자식, 음식을 못 먹어서 콧속으로 빨대를 넣어 주사기로 베지밀 등을 넣어주는데 환자가 짜증을 내는 바람에 가족모두가 진저리를 치는 환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면서도 식사가 조금만 늦어져도 투정을 부리는 할머니 등 인간군상의 비참한 모습들이 병실의 나날을 장식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병세가 호전돼 퇴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잔병에 효자없는 법, 아들녀석은 학교공부가 바쁘다며 도망가기 일쑤였고, 간병에 지친 아내얼굴엔 웃음이 사라져갔다. 나는 출근을 하면 현실을 망각했고, 동료들과 웃으며 저녁회식 술자리와 2차 노래방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족이란 존재도 건강해야만 사랑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술 취해 돌아오는 길에 서서 아프게 깨닫곤 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모시게 된 아버지. 속 깊은 아내가 오랫동안 싫은 내색 없이 함께 살아왔지만 막상 병으로 쓰러지자 아내도 지치는 모양이었다. 이럴 땐 어머니가 살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새삼 가슴이 저려왔다. 간병인을 두긴 했지만 가끔이라도 며느리의 병수발을 받아야하는 아버지 또한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효도란 어렵다. 멋대가리 없는 나는 마음은 아파도 아버지께 다정한 말을 해드린 것 같지가 않다. 그저 요즘 세상 부모모시는 내가 그래도 괜찮은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살다보니 정작 부모를 모시는 사람은 여성이다. 아내의 동의가 없었다면 난 그나마 자식노릇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으니 이혼하지 않고 살아준 것이 새삼 고맙기만 하다. 이제와 병든 아버지보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드니 자식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아내에게 잘해야 나이들어 외롭지 않게 된다’는 어른들 말이 새삼 머리 속을 맴돈다. 남자들은 속말을 잘 내뱉지 않는다. 사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반드시 말로 해야 한다고들 귀띔을 주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이제는 연습을 해서라도 해야겠다.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 퇴원하는 즉시 아내에게 특별휴가를 주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쫒겨날지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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