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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없던 시절, 나는 세 딸의 전화 통화를 간섭하느라 품위 있는 엄마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들 하나를 바라다 딸 셋을 낳았지만 커갈수록 예쁘기만 한 딸들은 열 아들 부럽지 않을 만큼 보람이었다. 그런데 사춘기를 지나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할 때부터 옷 때문에 서로 싸우더니 급기야 전화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누구든 한번 전화를 붙들기만 하면 놓지를 않으니 내 잔소리는 물론 저희들끼리도 곧잘 신경전을 벌였다. 대학 1학년인 큰딸의 전화 통화는 한 시간이 넘어도 그칠 줄을 몰랐다. “용건만 간단히 하거라”하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딸은 고개만 끄덕였지 도통 말을 듣질 않았다. 화가 난 나는 “매일 무슨 얘기가 그리도 길어! 빨리 전화 끊지 못해!” 하고 전화통 밖 상대가 들릴 만큼 크게 소리를 지른다. 기겁을 한 딸은 전화 송신 쪽을 손으로 감아쥐었다가 서둘러 끊었다. 그렇게 전화 때문에 딸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만 하면 세 딸의 얼굴이 쑤욱 나왔다. 나는 무서운 얼굴로 그 애들을 흘겨보았지만 엄마 얼굴은 안중에도 없이 제 전화가 아닐까하고 서로 기대만 할 뿐이었다. 나는 애들에게 시범을 보이듯 점잖게 전화 수화기를 들며 “네, 00동입니다~.” 하고 말하자 한참 만에 죽을 힘을 다해 내는 듯한 남학생의 어색한 음성이 들렸다. “저어, 저는 지혜랑 같은 교회다니는 김재구 인데요. 지혜있어요? 문학의 밤 때문에 그러는데요.” 한다.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교회 행사라면 모두 다 통과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중3인 셋째 딸은 기숙사 사감 같은 내가 싫다는 표정으로 입을 쑥 내밀더니 수화기를 받았다. 그러더니 괜히 상대에게 퉁명을 떠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 “통화는 용건만 간단명료하게 해. 전화가 무슨 오락시설인줄 아니!”하고. 지금은 손에손에 핸드폰이 들려있으니 정말 먼 옛날 얘기다. 그러나 점잖아야할 장소든, 식당이든, 어디서건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우리 모두가 핸드폰 속으로만 고개를 파묻고 산다. 전화가 아니라 애용품이자 필수품이다. 백색 전화기가 집안 재산목록에 속하던 시절, 무던히도 딸들에게 잔소리를 해댔는데, 요즘은 출가한 딸들에게 되레 잔소리를 듣는다. “엄마는 전화만 하면 통화중이야. 누구랑 그렇게 얘기가 길어요?~”. 이젠 내 역시 폰 없이 살 수 없게 됐다. 애들 안부는 물론 친구들 수다도, 손녀들의 하트가득한 문자도 모두가 생활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남들의 전화 에티켓은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의 소음엔 무심하다. 손에 전화기가 없으면 불안하기까지하니 때로 한심하단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폰을 없애지는 못한다. 더구나 때로는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기까지 한다. 이 지독한 전화중독. 우리의 삶이 단순해서인가, 아니면 인간이 모두 외롭기 때문인가…. 스마트폰에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 신나게 사용하면서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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