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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못 일어나세요!” 아들놈의 급한 전화를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 출근시간에 맞떨어지는 날벼락 소식에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신호등은 왜 그리 긴지, 밀린 차들을 왜 또 그렇게 많은지…. CT촬영을 끝낸 의사는 “뇌출혈인 것 같습니다. 이부분이 하얗게 보이시죠!,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할 것 같습니다. 119 앰블런스를 부르지요” 다행히 큰 병원에선 뇌출혈이 아닌 노환에 기력이 없다고 해서 장기입원을 했다. 뜻하지 않은 병간호로 나는 나이 사십을 넘기며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노년과 건강을 잃었을 때의 모습을 입원실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병실은 대부분 노인환자들이었는데, 찾아오는 가족도 없이 홀로 음식을 찾아먹는 외로운 노인, 자식은 있지만 간병인에게 맡기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자식, 음식을 못 먹어서 콧속으로 빨대를 넣어 주사기로 베지밀을 넣어주는데 환자가 짜증을 내는 바람에 가족모두가 진저리를 치는 환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면서도 식사가 조금만 늦어져도 투정을 부리는 할머니 등 인간군상의 비참한 모습들이 병실의 나날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행히 병세가 호전돼 퇴원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잔병에 효자없는 법, 아들녀석은 학교공부가 바쁘다며 도망가기 일쑤였고, 간병에 지친 아내얼굴엔 웃음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출근을 하면 언제 아버지가 아프냔 듯 망각한 채 동료들과 웃고 저녁회식 술자리에서 노래를 불러댄 나는 비로서 가족이란 존재도 건강해야만 사랑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는 바람에 모시게 된 아버지. 속 넓은 아내가 아직까지 싫은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이럴 때 어머니가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새삼 속저리게 밀려왔다. 며느리 병수발을 받는 아버지 또한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효도란 어렵다. 그리고 마음은 있지만 아버지께 다정한 말을 해드린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요즘 세상 부모모시는 내가 그래도 괜찮은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만 했었을 뿐. 그러나 정작 부모를 모시는 사람은 여성이다. 아내의 동의가 없었다면 난 그나마 자식노릇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수고한단 말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이제와 병든 아버지보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마누라에게 잘해야만 나이 들어 외롭지 않게 된다’는 말이 새삼 머리 속을 맴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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