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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책길 쉼터에서 우연히 한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부인이 남편에게 다음 주 일요일에 어디엔가를 가자고 제안을 하는 것 같은데, 그 말을 하는 부인의 말투는 마치 딸이 아버지를 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상하게 여긴 나는 그들 부부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부인은 시각장애인이었다. 며칠 후 또다시 그들 부부를 만났다. 나는 부인에게 다가가 어떻게 시력을 잃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 부인은 자신이 40대 때 당뇨병이 심해서 백방으로 치료해도 잘 낫질 않자 남편이 절에 가서 아내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1만배 절을 하며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은 시력을 잃게 되었고, 항상 집에만 있게 되자 한 주에 세 번씩 남편이 데리고 나와 이렇게 운동을 시켜준다고 했다. 그리고 살림을 할 수 없게 되자 남편이 온갖 집안 살림을 다 꾸리며 직장 가서도 “점심시간이니 밥 챙겨먹으라”, “가스불은 절대로 켜지 말라”고 자주 전화를 한다고 했다. 부인은 잠시 행복한 미소를 짓더니 “이래도 죽지만 말고 오래 살라고 해요.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자기에겐 큰 힘이 된대요.” 라고 흐믓하게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손을 잡고 얼마나 열심히 걸었는지 등이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지 아무 말없이 남편이 시도하는 대로 여러 운동기구 앞에서 남편과 똑같은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운동을 했다. 요즘은 하루에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한평생을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황혼 이혼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요즘은 할아버지가 이혼을 신청하는 수도 늘었다고 한다. ‘늙고 돈없는 남편을 홀대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보다 못 배우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이혼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고,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자식 키우며 가정을 지켜왔다. 지금 이런 얘기는 고리타분한 옛 얘기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부는 어려울 때 함께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서로 다른 인격체가 만나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원하기만 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큰 불만이 쌓이고 이혼할만한 이유가 생길 것이다. 이혼이 나쁘다 좋다를 가리기 전에 모두가 한번은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시력을 잃은 아내의 손을 잡고 열심히 운동하는 남편, 그 남편이 웃는 모습은 참으로 환하고 행복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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