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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시험을 앞두고 밤샘 공부를 한답시고 혼자 책을 들여다보다 살짝 배가 고파졌다. 주방 한쪽을 찾아보니 엄마가 저녁에 쪄둔 고구마가 작은 소쿠리에 담겨져 있었다. 그냥 손이 가는대로 고구마 껍질을 벗겨 한 개를 맛있게 먹었다. 차가워진 고구마는 달콤하고도 팍팍했다. 하나를 먹고 막 또 하나를 베어 물었을 때였다. 너무 급히 삼킨 탓인지 갑자기 목이 콱 메여왔다. 물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말도 나오지 않고, 숨이 가파 냉장고를 열 힘이 없었다. 참으로 순간이었다. 물을 찾아 허둥대다 얼굴이 빨개져서 안방으로 기어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 하고 부르려는데 말이 나오질 않았다. 목에서는 ‘켁켁’ 하는 소리만 비집고 나올 뿐 숨만 자꾸 가파 왔다. 겨우 몸을 움직여 주무시는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아버지는 잠결에 눈을 뜨다 얼굴에 비지땀만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곤 깜짝 놀라며 용수철처럼 튀며 일어나셨다. 그리곤 얼마나 급했던지 신도 신지 않은 채 나를 등에 업고 계단을 뛰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서민아파트에 살았었다. 중학생이면 제법 몸무게가 나갈 때였는데도 아버지는 나를 들쳐 업고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내렸다. 아버지 등에 매달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는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참으로 멀게 느껴졌던 그 계단. 아버지가 마지막 1층 계단을 ‘쿵’하고 내딛는 순간이었다. 몹시도 큰 흔들림을 느꼈을 때 순간 내 목에 걸려있던 고구마가 ‘툭’ 튀어나와 아버지 머리 뒤에 붙는 게 보였다. 그래도 경황이 없었던 아버지는 무조건 동네 병원으로 내달렸고, 난 아버지 등 뒤에서 “아, 아버지 아버지…,이제 괜찮아졌어요” 하고 힘없이 말했지만 아버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병원 문을 박차고 들어가셔야 나를 내려놓으셨다. 내가 힘없이 “아버지~…” 하고 부르며 주저앉자 땀을 비오듯 흘리신 아버지가 날 꽉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뒤늦게 달려온 엄마 역시 나를 텁썩 껴안으며 “아이고 이놈아~” 하며 대성통곡하셨다. 야간응급실 안에서 난데없이 벌어진 울음바다에 의사와 간호사는 눈을 껌벅였고, 나는 간단한 진료를 받고 멋쩍게 병원 문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에 별이 총총했고, 아버지와 나, 그리고 엄마는 맨발이었다. 그제야 택시라도 타야한다며 앞 길로 나서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 머리에 고구마 붙었어요…”하고 가만히 말하자 아버진 “괜찮아 임마~” 하며 세상을 다 정복한 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사춘기 그 시절,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는 부모님 말을 한 번도 거슬리지 않았다. 세상 누구보다도 큰 사랑, 이미 뼈에 새겼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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