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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 어디 쯤 이었을까…, 나는 엄마를 제일 존경하고 내 누나를 제일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나오는 시구처럼 어린 시절, 엄마랑 누나랑 함께 시골에서 살았던 그 시절의 추억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훈훈하고도 평화로운 그림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엄마가 일을 하고 돌아와 오순도순 하루의 일과들을 얘기하며 먹었던 그 꿀맛 같던 저녁. 누나랑 산딸기를 따러 다니고, 조개를 주으며 장난치고 놀았던 그 아름답던 강변. 그리고 누나가 꼬깃꼬깃 숨겨뒀던 돈으로 읍내에서 사줬던 달콤한 국화빵…. 그랬던 누나가 어느새 나이 60이 됐다. 엄마가 돌아가신지도 6년이 다 되어간다. 누나는 사업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서울의 어느 심야식당에서 일하며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다. 그 정겹고 총총했던 누나가…. 엄마가 서울로 이사와 식당을 열자 누나는 대학을 포기하고 엄마를 도왔다. 아들하나 집안의 대들보 만든다고, 내 대학 학비대고 결혼할 때 집사주느라 두 여자가 많은 것을 포기했던 것 같다. 학기도중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원을 졸업하니 어느새 나이 30. 그때까지도 아무 걱정없이 백수생활 좀 하다 취직하고 결혼했다. 엄마와 누나는 아낌없이 주머니를 털어 자그마한 신혼집을 마련해주었다. 식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엄마와 누나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는 생각지도 못한 채 나는 달콤한 결혼생활과 새로 태어난 아이사랑에 세월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내 머리가 희끗해지던 중년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셨다. 그러나 엄마의 오랜 투병생활은 나와 아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병으로 눕기 전, 하필 누나가 야심차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며 내 돈까지 모두 사업자금으로 털어 넣었기 때문이다. 병원비가 만만찮았다. 누나는 ‘장사만 잘되면 그런 돈은 걱정도 없다’며 나를 안심시켰지만 새로운 프랜차이즈 가게가 계속 늘어나자 사업은 기울기 시작했고, 급기야 부도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 엄마마저 세상을 떠났다. 이제 홀로 남은 누나, 술만 마시면 ‘왕년에 정말 괜찮게 살았다’며 큰 소리치고, 옆에 사람이 있어도 거친 말을 서슴치 않는 부담스런 아줌마로 변해 있다. 나는 그런 누나에게 ‘곱게 늙어갔음 좋겠다고, 술을 마셔도 차분하게 품위를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안 넋 없이 나를 바라보던 누나가 그 뒤로 나를 찾지 않았다. 나 역시 누나의 술주정에 질려 전화가 없어도 그냥 나대로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보니 연락을 끊은 지 5개월이 훌쩍 지났다. 문득 걱정이 됐다. 비 오던 어느 날, 나는 누나가 일하는 식당으로 밤늦게 찾아갔다. 초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 누나. 엄마가 보고 싶고, 옛날 시골 살던 시절이 그립다고 누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어서 택시타고 가라며 내손에 5만원을 쥐어주었다. 누나는 아직도 내가 옛날 누나가 공부시키던 고딩으로 보이나 보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는데, 창밖으로 누나가 빗속에 하염없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참았던 눈물이 솟구쳤다. ‘누나, 나도 5년 뒤면 환갑이야, 이제 이런 차비는 안 챙겨도 돼…’. 혼자 맥없이 중얼거렸지만 창가를 스치는 빗물처럼 내 얼굴도 붉게 젖어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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