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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을 아들 사업자금으로 다 날린 뒤 겨우 남은 돈을 딸딸 긁어모아 아내와 함께 조그만 만두가게를 차렸다. 다행히 인근 아파트 주부와 청소년들이 맛있다고 자주 찾아와 집세 치르고 밥은 그럭저럭 먹고 살 수가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노부부가 어김없이 우리 만두가게를 찾아왔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렸지만 눈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출입문을 바라보곤 했다. 두 노인은 별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생각난 듯 황급히 상대에게 만두를 권했고, 그러다 눈에 고인 눈물을 피하려 서로가 얼굴을 돌리곤 했다.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다. “글쎄, 부부 아닐까?” “부부가 뭣 땜에 변두리 만두가게서 만나,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나는 싱겁게 웃었고, 아내는 “혹시 첫사랑 아닐까?”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노부부를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같애, 안색이 지난번보다 아주 못하셔∼"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을 어쩔 수 없는지 아내는 연신 그쪽만 바라봤다. 그날따라 할머니는 자주 눈물을 닦으며 어깨를 들먹거렸고, 할아버지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고,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한 뒤 가만히 할머니 손을 잡은 채 나갔다. “어머! 비가 오네. 여보 얼른 솥뚜껑 닫아요!” 아내가 소리치는데도 그날따라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두 노인이 마음에 걸려 한참을 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다음에 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두 분의 사연을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두 분은 우리 만두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궁금증이 커진 아내와 나는 서로의 상상력을 가미하며 갖가지 추측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에 대한 생각은 묵은 사진첩의 낡은 사진처럼 바래져갔다. 그리고 반 년 정도 지난 어느 수요일,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따끈한 엽차를 따라드리며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머니도 곧 오시겠죠?” 하고 물었다. 노인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로 갔어∼” 하고 씁쓸하게 말했다. 만두를 들고 나오던 아내가 휘청하며 만두접시를 놓칠 뻔 했다. 노인의 사연을 들은 우리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정말 안타까워서….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다고 했다. 나름 여유가 있었던 부부는 살아서 자식에게 줘야 싸우지 않을 것 같아 유산을 모두자식들에게 분배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큰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으니 공평하게 한사람씩 모시자”며 며느리들끼리 싸움을 벌여 부부가 각기 헤어져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두 아들집의 중간지점인 우리 가게에서 만나 서로 얼굴만 보고 헤어졌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병이 깊었을 때 곁에서 병간호 한번 제대로 못해준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다. 그리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하며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린 어떤 말로도 위로를 드리지 못했고, 노인은 힘없이 가게 문을 나갔다. 한참을 먹먹한 가슴으로 의자에 주저앉아 있는데, 아내가 결심한 듯 한마디 했다. “이제 누구도 한 푼도 안줘, 국물도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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