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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에 재소자들의 가슴은 설레었다. 이윽고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다. 재소자는 물론 가족을 교도소에 보내고 숨죽이며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체육대회는 특별하고 가슴 저린 행사였다. 대회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조그만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으나 점차 응원석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봄볕은 따스했고, 힘차게 경기를 벌이는 재소자와 가족들은 아픈 현실을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돌아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 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등에 업힌 부모도, 부모를 업고 달리는 자식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해 레이스는 한없이 어긋났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늙은 자식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머리 허연 아버지…. 부모업고 달리기는 어느 새 슬로우 모션처럼 변해갔고, 선수들은 천천히, 아주 느리게 부모를 업고 걸었다. 응원석은 숨을 죽였고, 교도소 운동장은 서서히 울음바다로 변했다. 선수들마다 골인 지점에 늦게 들어가려고 흐느적대는 이상한 경주가 이어졌다. 1등을 원하지 않는 경기,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보고 싶어 하는 선수들. 그렇게 눈물의 레이스를 펼치는 재소자들을 바라보며 대회를 진행하던 교도소 관리자들도 끝내 손수건을 얼굴로 가져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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