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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갑자기 얼굴이 노오란 채 현관에서 주저앉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아이를 안았지만 애가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나 학교폭력을 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섰다. "엄마, 나 점심 먹은 거 다 토했어." “급식에 뭐 나왔어, 식중독 걸린 거 아냐?” “엄마, 머리가 자꾸 어지러워” 픽 쓰러져 비실대는 아이를 업고 부랴부랴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동네 병원을 가려던 마음을 돌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진찰을 맡은 의사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에요 선생님, 뭐가 잘못됐나요?” 한동안 숙고하던 의사가 우선 뇌사진을 찍어보자고 했다.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뇌사진이라니…. 한참 후, MRI 사진을 보고 있던 의사는 수술을 서둘러야한다고 했다. 일종의 소아암 같다는 것이다. 뒤늦게 달려온 남편은 암이라는 이 한마디에 망연자실 했다. 수술 날, 아들은 환자복을 갈아입고 머리를 깎았다. 아무리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자꾸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몰래 눈물을 삼킨 남편이 붉게 충혈 된 눈으로 나를 달랬다. 엄마가 약해져 있으면 안된다고, 아이가 병을 이길 수 있도록 강한 모습을 보이라고…. 초등학교 2학년 개구쟁이 9살. 녀석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가슴이 떨려 눈은 젖은 채 입꼬리만 올리며 서 있었다. 옆에선 동자승 같은 까까머리 아이들이 링겔을 끌며 해맑은 얼굴로 아이에게 뭔가를 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더 목이 메어왔다. 이윽고 간호사들이 수술준비가 끝났다며 아이를 밀차위로 옮겼다. 갑자기 녀석이 “아빠 나 무서워!”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남편은 아이를 끌어안으며 “빨리 주사 맞고 나으면 야구장에 가서 신나게 응원하자~”하고 달랬다. 그러면서 치어리더 흉내를 내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녀석이 꺽꺽 울음을 삼키며 남편과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수술실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의사는 말했다. 소아암은 어른들에 비해 치료가 잘되는 편이며, 완치율이 60-70% 이상이니 절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그래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오직 내 자식이 힘차게 운동장을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 일상을 살며, TV에서 소아암 병동의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뜻밖의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인간이 됐다. 독한 항암치료를 꿋꿋이 견디는 아이를 보며 나는 절망 따위는 발로 뻥 차버렸다. 투병생활을 하며 아들은 많이 으젓해졌다. 옆에 있는 어린 환자들을 돌봐주기도 한다. 이제는 가슴 무겁지 않게 웃음이 나온다. 모두가 살아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큰 축복을 받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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