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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신세대 할머니다. 식사 뒤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배가 부르지 않다고 하시는가 하면 자장면과 탕수육도 좋아하신다. 또 오토바이 뒤에 타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반짝이는 조끼를 직접 사서 입으신다. 피자도 어찌나 좋아하는지 피자 위에 타바스코소스, 일명 ‘핫소스’를 뿌려드시는 센스 또한 빼놓지 않는다. 할머니한테는 ‘매운 거’ 로 통한다. 피자를 좋아하는 할머니 때문에 덩달아 좋은 건 우리라며 엄마는 피식 웃으며 말씀하시곤 한다. 그런 신세대 할머니가 유난히 좋아하는 건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스크림이란 말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할머니, 이게 바로 아이스크림이에요. 아시겠죠?” 하면, “그럼~ 아이스크림.”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을 잊어버리고는 “폭폭 떠먹는 거” 라고 하신다. 아마도 아이스크림이 외래어라서 친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루는 할머니가 장에 갔다가 문제의 ‘폭폭 떠먹는 거’를 사오셨는데 냉동실에 보관해야 할 아이스크림을 옷장 속에 보관하셨다. 당신이 좋아하는 ‘폭폭 떠먹는 거’를 사셨지만 어디 혼자서 드실 분인가. 손자 손녀들 오면 주려고 꼭꼭 숨겨두신 것이다. 저녁에 가족들이 모이자 할머니는 ‘폭폭 떠먹는 거’를 사왔다며 옷장 속에서 까만 봉지를 꺼내 오셨다. 우리는 다 녹아있을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잠시 후, 할머니는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봉지에 들어있던 건 ‘떠먹는 요구르트’ 였기 때문이다. 가게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폭폭 떠먹는 거”를 달라고 하자 고심 끝에 떠먹는 요구르트를 보여 주셨는데, 할머니는 통의 양과 크기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자 맞다고 하며 사오신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요구르트를 ‘폭폭’ 떠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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