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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대부분의 서민과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긴 하지만 당첨될 확률은 너무 희박하다. 그런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복권판매소 앞을 지나칠 때마다 고민한다. ‘한번 사볼까…, 혹시 당첨 될지도….’ 예전에 백 원짜리 주택복권 하나만 있던 시절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집을 살 수 있는 복권이어서 집 없는 서민들의 로망이었다. 그 시절 우리 집은 단칸 셋방에서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았다. 어머니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식구들을 먹여 살렸고, 그런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주택복권을 사려고 주머니돈을 터셨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화살을 쏘아서 번호를 추첨하는, “준비하시고····쏘세요!” 란 복권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가끔 그 프로를 놓쳤을 땐 월요일 신문을 사서 꾸깃꾸깃해진 복권을 맞추어보느라 신문을 코앞까지 갖다 대곤 했다. 그리곤 허탈한 얼굴로 산동네 언덕길에 서서 멀리 시가지를 바라보곤 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사춘기를 보내야했던 나는 반항심과 분노만 커져갔다. 그따위 복권을 사느라 버리는 돈을 우리 책값이라도 주는 게 옳지 않느냐고. 원망이 목까지 차올랐다. 학교에서 월사금 독촉을 할 때면 운동장 한켠으로 나와 한숨만 쉬던 터였기에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아버지가 답답하고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학창시설 내내 아버지를 미워했다. 다행히 어머니가 리어카 한 대를 사서 채소장사를 시작했고, 우리 형제는 등록금만 대주면 알아서들 아르바이트 해가며 공부했다. 나는 틈날 때마다 어머니의 리어커를 밀었고, 동생들은 하나 둘 밥벌이를 찾아 자립해나갔다. 그건 어머니의 희생 덕이었다. 그런데 내가 군대 가서 최전방에 있을 때 아버지가 홀로 면회를 왔다. 등이 꾸부정한 채 아무 말 없이 그냥 부대 정문 앞에 서 있는 아버지를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지병이 있어 일은 할 수 없고, 가족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평생의 꿈이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못 견디게 애타는 마음으로 복권을 사서 그 꿈에 매달린 것을 미워하기엔 나도 이미 철이 들어있었다. 복권 한 장으로 일주일간의 희망을 꿈꾼 그 가슴 시린 아버지의 세월. 나 역시 이제 내 집 마련이 로망이 돼가고 있다. 결혼을 하려니 집이 필요한데,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월급쟁이에겐 너무나 멀기만 하다. 퇴근길에 복권판매소 앞에서 발을 멈췄다. ‘아버지 것까지 사서 함께 맞춰볼까’…. “아버지 우리 로또 되면 뭣부터 할까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니 절로 행복해졌다. 일주일간의 희망이라도 꿈꾸며 아버지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처절하고도 고독한 복권사기를 어른이 된 내가 망설이며 그 매표소 앞에 서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집을 한 칸 씩 사주고 싶어서. ‘한번 사볼까…, 혹시 당첨 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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