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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하다 어머니가 오래 전 이야기를 꺼내셨다. 20년 전, 초등생이었던 나는 생일을 핑계 삼아 엄마에게 돈가스를 사 달라고 졸랐다. 지금은 돈가스가 흔하지만 그 시절 내게는 아주 신기한 음식이었다. 내가 하도 졸라대자 엄마는 점심 무렵 나를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엄마는 돈가스 하나와 호프 하나를 시키셨다. 3000원 하는 돈가스를 두 개 주문할 돈이 없었던 엄마는 800원짜리 호프를 시키셨던 것이다. 호프를 단순한 음료수 정도로만 생각하고···. 엄마의 주문에 종업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돈가스와 호프가 나왔다. 엄마는 커다란 유리잔에 거품이 가득한 맥주를 보고 몹시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서툰 칼질에만 열중했다. 엄마는 내가 먹는 것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호프를 드셨고, 내 접시가 깨끗해질 무렵 엄마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술을 잘 못하면서도 버리기가 아까워 그걸 다 마셨던 것이다. 거기서 내 기억은 끝이 났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뒷이야기를 엄마가 꺼내신 것이다. “술이 취했지. 레스토랑이 이층이었잖아. 계단을 내려오는데 몸을 주체할 수가 없더구나. 너 눈치 못 채게 겨우겨우 내려왔는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일이 참 막막했지.” 그리고 엄마는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았다. 나는 가슴이 찡해 와 더는 묻지 못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도 엄마가 됐다. 지글지글지글! 프라이팬에서 아이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방과 후 열 명 남짓 되는 아이들이 와르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들의 생일날이었다. 닭 가슴살 샐러드와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과일들은 이미 거실에서 신이 나 있는 아이들과 함께 돈가스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짜잔! 주 메뉴인 돈가스가 나오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손은 이미 돈가스가 담긴 접시를 만지고 있었다. “그만! 자, 모두 손 내려, 손 내리는 사람만 돈가스 줄거야!” 아이들은 내 말에 일제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심 ‘역시 아이들이다’ 싶어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은 여느 때처럼 순전하고 씩씩했다. 자식이 잘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시던 엄마 말이 생각났다. 엄마와 함께 먹던 돈가스. 이제는 흔해져 집에서든 밖에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 때는 철없어서 몰랐던 엄마의 붉어진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가슴이 시려온다.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론 부모님과 돈가스를 먹어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일까? 조만간 부모님 모시고 칼질 한번 하러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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