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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나는 대도시 인근 논밭이 있는 변두리 시골에서 회사를 다녔다. 그곳 집세가 싸서 교통비를 제하더라도 자취하는데 큰돈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겨울, 며칠 동안 눈보라가 멈추지 않아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날이었다. 그날따라 밤늦게까지 근무하고 녹초가 되어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나머지 연탄불을 갈고 뚜껑도 제대로 닫지 않은 채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한참을 잠자다 깼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일어나려해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도 입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방문을 밀치고 기어 나왔다. 그 소리에 놀라 깨어난 노인들은 황급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연탄가스를 마셔 축 처진 내 몸을 주물러주고 동치미 국물을 입에 넣어 주셨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떻게 병원에 데리고 가지?” “이대로 놔두면 큰일 날 텐데….” 두 분의 대화가 귓전에서 웅웅거렸다. 외진 곳이라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을 것이고, 큰길까지는 20분 정도 걸어야 했다. 정신없이 쓰러져 있는데, 노부부가 뒷간에 있는 리어카를 끌고나왔다. 그리고 내 몸을 이불로 감싼 뒤 리어카에 싣고는 큰 도로까지 이리저리 미끄러지며 겨우겨우 끌고 갔다. 나는 리어카 안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며 노부부가 나를 리어카에 태우느라 몇 번을 넘어지던 것을 어지럽게 기억했다. 인적 드문 곳에서 지나가는 차를 겨우 잡아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간 두 분 덕분에 나는 그날 목숨을 건졌다. 그 후 갑자기 군대에 가는 바람에 고마운 그분들과 헤어졌다. 부대에서 ‘꼭 찾아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지’ 하고 생각 했으면서도 정작 휴가 때는 친구나 애인을 만나기에 바빠 인사가는 것을 잊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려 그 집을 찾아갔지만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로는 부족한 내 생명의 은인들인데, 진작 찾아뵙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 그분들은 늙었고 세월은 흐르는데, 살아생전에 ‘감사하다’는 인사 빚을 갚지 못한 죄, 어떻게 해야 할 지 두고두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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