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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2살 때 오빠가 결혼을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우리 남매만 키우며 살았는데, 엄마가 장사를 하다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밥도 차려주고, 숙제도 봐주는 부모같은 오빠였다. 너무 착하기만한 오빠였기에 결혼하면 마누라에게 치여가며 살 것 같았다. 여자도 못 사귈 것 같은 우리 오빠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여자를 데려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심히 걱정이 되었다. 생긴 건 이쁜데 말도 없고 쌀쌀맞아보였다. 엄만 오빨 믿는다며 결혼을 승낙했다. 난 결혼 전날까지 오빠에게 올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오빠는 그냥 웃으면서 “내가 결혼하는 게 그렇게 서운하니?” 하고 농담처럼 말하더니 “좋은 사람이야….”하며 웃어넘겼다. 3개월가량 한집에 살다 오빠네는 조그만 아파트를 얻어 분가를 했다. 엄만 아쉬워했고, 난 함께 있을 때도 말이 없던 올케언니가 못마땅해 못된 시누이 행세를 톡톡히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올케언니가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나는 공연히 화가 나서 “나 같으면 그런 몸을 해가지고는 절대 시집 안온다.” 하며 오빠 앞에서 내뱉었다. 그리고 그날 생전 처음으로 오빠에게 따귀를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오빠네 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다. 나는 완강히 싫다고 했고, 엄마도 “너희나 재미나게 살아라”하며 거절했다. 그러나 오빠는 “함께 살아야 정이 들죠!” 하며 우리를 이끌었다. 못이기는 척 오빠네 집에 당도해보니 올케언니가 웬 아기 둘을 열심히 씻기고 있었다. 눈이 동그래진 우리를 보며 오빠는 “이 사람이 그동안 위탁모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온 이 아기들이 너무 이뻐서 입양을 하면 어떨까 하구요” 하며 엄마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고, 난 공연히 부아가 나서 “피도 안섞였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구 난리야!”하며 쏘아붙이곤 돌아섰다. 위탁모를 하며 일정한 수고비를 받는다고는 했지만 올케언니는 부업으로 양육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아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양모 모임에 나가 정기적으로 뭔가 일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바로 내 마음의 변화였다. 어느 날, 오빠집에 들렀더니 두 아기만 새끈새끈 잠들어 있었다. 가만히 내 일만보고 돌아 나오려는데, 두 살배기 여자애가 갑자기 깨어나더니 “엄마～” 하고 울면서 내 가슴에 안기는 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아이를 껴안은 내가 조심조심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벌개진 올케가 들어서더니 “아가씨, 이 아이 내가 키우고 싶었는데 양부모가 나섰다네요. 어린 것이 다른 나라에 적응하려면 얼마나 힘들까요”하고 흐느끼는 게 아닌가. 올케언니는 처녀 때부터 고아원에서 보모로 일했고, 봉사를 갔던 오빠와 그 곳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살자고 다짐한 후 결혼 후에도 위탁모와 수양모 모임을 주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들 딸 쌍둥이를 키우다보니 정이 들어 보내기가 싫은데, 저쪽에서 한 아이만 보내라고 하니 혈육을 어떻해 갈라놓냐며 한숨을 쉬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난 나와 엄마만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힘들게 산다고 생각했기에 누구를 위해 애써야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말었는 올케언니를 보며, 내 품에 안겨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까만 눈동자의 아이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언니, 우리가 키우면 되지 왜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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