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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기대치가 높아 늘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이 있었다. 그들은 싸우고 나면 항상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각기 깨달았지만 서로의 자존심을 내세워 싸우고 또 싸웠다. 그러나 세월이 좀 흐르고 나니 싸우는 것도 지겹고,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아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싸움을 예방하는 방법을 함께 의논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의 기분이 나쁠 때는 상대방이 적당히 참으며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다는 표시 방법으로 남편은 모자를 삐뚤어지게 쓰고, 부인은 앞치마를 옆으로 약간 돌려 입기로 했다. 이런 약속을 하고 나니 아내는 머리숱이 적은 남편이 모자를 삐뚤게 쓰고 들어오면 얼른 알아차리고 아예 말도 걸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가 앞치마를 약간 돌려 입었으면 스스로 조심하며 아내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 새 마음이 편안히 가라앉았고, 전처럼 싸울 일이 별로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기분이 몹시 상해 모자를 삐뚤게 쓰고 들어왔다. 그런데 아내도 그날 몹시 속상한 일이 있어 앞치마를 획 돌려서 입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서먹서먹한 채 말을 잃었다. 둘 다 기분이 나쁠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이 없었기에 상대방을 쳐다보며 서로 비실비실 피하고, 주춤거리기만 했다. 부부는 한참 동안 그렇게 어정쩡하게 지내다 서로가 각기 양보해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됐다. 안방에서 서재에서 각기 할 일만 하던 부부는 밤이 늦어지자 슬며시 거실로 나왔다. 어두운 거실에서 얼굴이 마주친 부부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낮에 직장이나 대인관계에 치여 기분이 나쁜 것은 낮의 일이고, 밤이면 가족이 모여 하루를 평화롭게 마감하며 쉬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닌 일로 기분나빠하고 불편한 감정으로 밤을 보내는 게 새삼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웃음이 터지고 나니 부부의 마음은 봄눈 녹듯 부드러워졌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락 껴안았다. 남편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내의 귀에 속삭였다. “이렇게 속상한 일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 것 같애. 안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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