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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반듯하고 네모난 두부를 넣은 된장찌개를 볼 때마다 지난날 가난 속에서 힘겹게 자식을 키우셨던 어머니의 고생과 사랑이 생각난다. 내가 중학생 때의 일이다. 반에서 제일로 덩치가 크고 학급 짱이었던 친구녀석이 “오늘 우리 엄마한테 오천원짜리 문제집을 만원이라고 속여서 이 돈 받았다”고 자랑하며 만원짜리 한 장을 팔랑거렸다. 그리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친구들을 몰고 학교 앞 떡볶이, 순대, 튀김을 파는 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나도 오천 원짜리 문제집을 만원이라고 속여서 돈을 타낼까’ 하는 궁리를 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엄마에게 문제집 얘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어딘가로 바쁘게 뛰어갔다. 그리곤 몇 분 뒤 다시 돌아와서는 내 손에 만원 한 장을 쥐어주시며 “우리 아들 문제집 사줄 돈은 있으니 기죽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하며 내 머리를 ‘쓱쓱’ 만지셨다. 왠지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나는 그 돈으로 학교가 파한 후 우선 핫도그 한 개를 사서 골목길로 갔다. 그러나 그 핫도그는 그토록 침 넘어가게 먹고싶던 그 핫도그가 아니었다. 새콤한 토마토 케찹 맛과 설탕의 단맛이 혀를 스치고 나니 곧 부푼 밀가루떡이 목에 가서 턱 걸리고 말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벌을 받았다’는 생각과 함께 내 말을 듣자마자 이웃집으로 달려가 고개 숙여 돈 만 원을 빌렸을 엄마모습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자 곧바로 들이닥친 빚쟁이들 때문에 살던 집까지 다 내주고 우린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렸다. 엄마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나와 여동생은 앉은뱅이 책상하나를 놓고 밥을 먹고 숙제를 했다. 엄마는 아침에 나가면 밤늦게 돌아왔고, 여동생은 공부한다고 씩씩거리는 나를 위해 라면을 끓였다. 친구들이 주먹질을 하건 나를 무시하건 상관없이 오직 시험공부만 했던 나는 무사히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캠퍼스 커플이니 미팅이니 하는 말들은 귓등으로 흘린 채 오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런 형편에서 나는 핫도그 하나에 영혼을 팔아 거짓말을 했으니, 목에 걸렸던 그 밀가루떡을 죽을 것처럼 ‘꿀떡’ 넘기고 나서야 나는 순간 철이 들었다. 그리고 밤늦게 시장에서 돌아오신 엄마는 꼭 두부 된장찌개를 끓여주셨다. 저녁인지 야식인지 모를 두부 된장찌개를 먹으며 난 엄마에게 속죄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지난 해 어머니 생신 때에는 두부로 층을 쌓고 생크림 대신 간장으로 양념한 특별한 두부 케이크를 선물로 드렸다. 어머니와 나는 하얀색의 두부 케잌을 생일상의 가운데에 놓고 가족들에게 추억속 이야기를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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