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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를 넘겨 산 한 부자 노인이 죽었다. 그는 재산도 많아 남부럽지 않게 살았었다. 건강도 죽기 전까지 좋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서 사회적인 명망도 받으며 살았다. 자녀도 서넛이나 두었는데, 모두들 여유 있게 살고 사회적 신분도 좋았다. 그런데 그는 대부분의 유산을 자신의 후처에게 주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본 자녀들은 발끈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나이 들어서 재혼하더니 정신이 홀려 자식 생각은 안하고 유언장을 쓴 것이라고 소송까지 벌였다. 때로 모르는 이웃들도 노인을 비난했다. "늙은이가 망령이 들었지, 후처한테 쏙 빠졌던 거야~", "젊은 마누라 마술에 걸려든 거지", 등 갖가지 말들이 흉흉했다. 노인은 70세에 상처한 뒤 몇 달이 지나 젊은 여자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그때도 사람들은 돈보고 하는 결혼이라고 수근거렸다. 그때 노인은 건강했고, 옆에서 간호해줄 만큼 병고로 시달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늙은이가 주책’이라며 입방아에 올렸다. 자식들이 반대하고 주변에서 말이 많았지만 노인은 당당하게 재혼해서 즐겁게 살았다. 나이차이가 좀 있었지만 부부가 함께 살다보니 그런 부부도 서로 닮아갔다. 그리고 5년간 병석에 누웠고, 간병인 한번 들인 일없이 젊은 후처는 병상을 지켰다. 자식들 마음은 오로지 유산의 향배에만 쏠려 서로 돌아가며 병상을 찾았지만 냄새나는 병원환경을 견디지 못해 이내 돌아가곤 했다. 법정에서 재산을 노려 결혼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젊은 후처는 홀로 간직하고 있던 또 다른 편지 한 장을 내놓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너희는 당연히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내게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았고, 현재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 나의 혈육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아라. 내가 괴로울 때 누가 진실로 위로해 주고, 내가 아플 때 누가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었느냐, 진심으로 아버지라는 한 인간의 고독을 이해했더냐? 울적할 때 마음을 풀어주고, 심심할 때 함께 놀아준 적이 있었냐? 정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지는 거란다. 즐거울 때 술친구보다 불행할 때 찾아온 단 한명의 이웃이 더 고마운 법이다. 병들어 누워보니 어쩌다 찾아와서 걱정만 늘어놓다 서둘러 떠나는 너희보다 24시간 곁에서 함께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깊어졌다. 설령 유산을 노리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너희 계모가 병으로 누운 내게 보여준 정성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은 아무리 꾸미려 해도 어느 순간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다. 설사 연극을 했다 해도 내 인생의 가장 괴롭고 힘없고 외로웠던 마지막 시기를 편안하게 위안받으며 살 수 있게 해주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보답을 하고 싶다. 너희도 나이가 들면 내 마음을 알게 될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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