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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이제 어른 되는 거야?”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는 사춘기를 앓고 난 뒤 신체적 변화를 겪으며 궁금한 게 많아졌다. 작은 여자아이에서 점점 여성으로 변해가는 신체적 조건에 대해 내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나는 딸과 함께 서점으로 향했다. 그 길에서 나는 문득 엄마 없이 나를 키운 아버지가 생각났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 홀로되신 아버지는 막 사춘기가 된 나를 데리고 읍내 장터에 갔다. 얼마쯤이나 걸었을까, 아버지가 걸음을 멈춘 곳은 누런 덕석 앞이었다. 덕석 위에는 구두약이며 곰방대, 그리고 두꺼운 생활백과까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아버지는 많고 많은 물건 중에 두 번 망설임도 없이 생활백과를 고르셨다. 그러고는 볼일을 다 마쳤다는 듯 대폿집에 들러 막걸리를 두되 마시더니 내 손을 잡고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그날 밤, 취한 아버지는 생활백과를 건네주며 말씀하셨다. “이 책은 니 엄마를 대신하는 책이여~….” 그 말의 깊은 의미를 모른 채 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자세하게 게재된 그 책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학교에 가지고 갔다.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신체 내부를 보며 낄낄거리다 결국 선생님께 들키고 말았다. “이 책 어디서 났니?” “아버지가 엄마를 대신하는 책이라며 사주셨어요.” 선생님은 한참 책을 뒤적이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셨다. “너, 이 책을 아버지가 왜 사주셨는지 모르겠니?….” 선생님이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봤을 때, 그제서야 나는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샀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책 속에는 사춘기 때 일어날 수 있는 신체 변화에 대해, 엄마가 딸에게 얘기해줄 법한 소중한 내용이 자세히 실려 있었다. ‘그랬구나. 아버지는 내 몸이 알아서 어른이 되어갈 때 차마 말로는 얘기 못하고 책을 선물해주셨던 거 였구나…’ 이제 막 사춘기를 맞은 딸아이의 손을 잡고 나도 서점으로 간다. 옛날과 달리 날로 조숙해지는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우리 부모세대보다 훨씬 더 어렵다. 아버지가 내 모습을 보시면 이렇게 말씀할지도 모르겠다. “에미가 돼서도 딸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게냐? 원~, 그래 책이라도 읽혀라, 어설픈 설명보다 훨씬 나을게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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