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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영장을 받고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 것이 얼추 30년 전이다. 동기들은 가족과 친구의 배웅을 받았지만 나는 중학교 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한창 바쁜 모내기를 해야 할 시기였기에 홀로 훈련소를 향했다. 한창 농사일을 거들던 내가 어쩔 수없이 군에 입대하니 고된 농사일을 감당하고 조석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아버지가 걱정돼 군대 가는 발길이 무겁기만 했다. 엄격한 내무반 생활과 힘든 훈련으로 4주간 훈련이 끝났다. 그 때 각 소대의 종합 성적이 발표됐고, 우리 소대가 간발의 차이로 1등을 했다. 선물로 가족 면회 시간이 주어졌고, 동기들은 들뜬 마음으로 집에 연락했다. 며칠 뒤 연병장 근처 넓은 공터에는 많은 가족이 재회의 기쁨을 나눴고, 부모님들은 아들들을 껴안으며 눈물을 닦았다. 때로 애인이 찾아오는 동기가 제일 부러웠다. 그러나 난 농사일 바쁜 아버지께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고, 누나나 형에게도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운 형편을 아는지라 전화도 하지 않았다. 홀로 내무반에 있기가 서글퍼 연병장을 나가보니 단상 옆에 가족을 만나지 못한 동기들이 고개를 길게 빼고 부대 정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늦게나마 하사관이 이름을 호명하면 동기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가족을 만나러 갔다. 연락을 안했기에 아무도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혼자 남겨지니 쓸쓸하고 서운해서 눈물이 났다. 천리 행군보다 힘들고 길게 느껴지던 면회 시간이 어느덧 끝나갈 무렵이었다. 멀쩡한 옷을 툭툭 털며 내무반으로 들어가려는데, 하얀 꽃가루가 흩날리는 부대입구에서 어딘지 낯익은 모습 하나가 허둥대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순간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혹시’하는 마음에 천천히 부대입구로 걸어갔다. 그때 힘없이 허둥대는 모습, 야윈 어깨사이로 살이 빠져 헐렁한 셔츠를 펄럭이며 종종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아, 아버지!…’ 논에서 일하다 경황없이 없었는지 아버지 옷소매엔 진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한 손에 치킨과 맥주 몇 병이 든 비닐봉지가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순간 참았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고, 나는 단숨에 달려가 아버지를 힘껏 껴안았다. “이놈 이거, 연락도 안하고 이놈~” 어쩔 줄 모르며 달려드는 나를 바라보며 애써 화를 내시던 아버지의 눈에서도 어느새 뿌옇게 흐려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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