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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셋 동갑이신 부모님은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보내고 고향집에서 두 분만 오순도순 사신다. 지독할 정도로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경우에 밝으신 아버지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늙어서까지 마나님을 너무 쥐고 산다’는 말을 듣고 있다. 어머니는 평생 그런 아버지 그늘 아래서 기 한번 펴지 못하고 평생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만을 위해 살아왔다. 요즘 두 분의 일과는 아침 7시40분 첫 버스로 온양온천 시내로 가서 물리치료기 무료 체험장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점심 때 돌아오는 것이 전부다. 허리가 많이 굽은 어머니는 걷기가 힘에 부쳐 한 군데서 끝내지만 아버지는 한가한 곳을 한 군데 더 들렀다 돌아온다. 얼마 전 쉬는 토요일, 온양온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꽃 전시회가 있어 들렀다가 어머니가 가신다는 판촉행사장으로 가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가득 찬 행사장에서 두리번거리며 어머니를 찾아보니 찜질기 위에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계셨다. 어머니는 갑작스레 나타난 자식 얼굴을 보고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더니 판촉사원들에게 효자 아들이라며 자랑을 하셨다. 잠시 기다리시게 하고 아버지를 모시러 근처 4층 빌딩으로 갔다. 출입문 바로 앞에서 찜질기에 누워 계신 아버지가 판촉담당자의 익살스러운 상품 광고에 천진하게 웃으며 박수치는 모습이 보였다. 혹여 쑥스러우실까봐 못 본 척 잠시 밖에서 머뭇거렸다. 왠지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엄하고 냉정하시던 모습은 어디 가고 저렇게 어린아이처럼 변하셨을까, 세월의 무상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 역시 아이들을 분가시키고 환갑을 눈앞에 둔 나이가 되고 보니 늙은 부모님 뵙는 것이 예사스럽지가 않다. ‘나도 곧 저렇게 되겠지, 자신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 저렇게 하얗게 늙어서 무슨 행동을 해도 체신이 서지 않겠지…’ 서글픈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살아계실 때 마음껏 좋은 것 해드리고 사드리고 싶건만 빠듯한 연금으로 생활꾸리기도 벅차고, 자주 찾아뵙는 것조차 왜 그렇게 잘 되지 않는지 안타까움이 가슴에 저렸다. 부모에게 효도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알면서도 실천이 잘 되지 않으니 인생은 결국 모두 지나가버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청개구리처럼 생각날 때마다 ‘불효자는 웁니다’ 하고 눈물짓게 되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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